[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당초 공식 임기인 이달 27일이 아닌 2일까지 출근키로 하면서 당분간 예탁결제원 사장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재훈 사장은 이날까지 임기를 마무리하고 오전 10시 여의도 예탁결제원 본사에서 이임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
노조 측은 '유재훈 사장은 이임식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하고 "유재훈 사장은 지난 3년간 본인의 이미지 세탁과 홍보와 치적을 위해 우리 예탁결제원의 인적 물적자원을 공공연히 사적으로 활용했다"며 "덕분에 다음 자리로 영전하게 되었으나 사장 본인으로서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우리 조직은 그만큼 망가져 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사장 본인의 임기종료일인 27일을 넘어 모 본부장의 직책 변경 발령일을 12월31일자로 내 후임 시장의 인사권한까지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당초 유재훈 사장의 공식 임기는 이달 27일까지였다. 하지만 유 사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 자리에 선임되면서 공식 임기보다 앞당겨 예탁결제원을 떠나게 됐다.
유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나면서 당분간 예탁결제원의 사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이로 인한 경영 공백도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후임 인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게 예탁결제원 사장직인데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돌연 경제부총리가 되면서 후임자 선임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예탁결제원은 9월22일 이사회를 통해 내·외부인사 7명으로 꾸린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했지만 임추위는 한 달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모임 한 번 없었다. 당연히 후보자 공고 일정, 공모 절차 등도 미정이다.
일각에서는 예탁결제원 입장에서 굳이 후임 사장 선임을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예탁결제원 사장을 신규 선임할 때마다 '금융위 출신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유 사장 후임자로 하마평이 돌고 있는 이병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역시 금융위 출신이다. '최순실 사태'로 시끄러운 와중에 무리한 인사를 추진했다가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사장 자리가 한 달 넘게 공석이던 적이 있었다"며 "서둘러 사장을 선임하기보다 분위기를 지켜본 뒤 선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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