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 틀고 SNS 소통…자발적 참여, 정치세력 결탁 거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대자보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민중가요가 아닌 대중가요가 자리 잡았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끄는 대학 집회 문화가 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단어로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스마트폰이나 SNS 등 정보 기술에 능통하다.
이화여대와 서울시립대 등 최근 일부 대학 학생들의 활동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NS 소통이다. 86일 동안 본관을 점거했던 이대 학생들의 집회 방식은 예전과는 달랐다. 집회 일정과 자신들의 생각은 인쇄된 종이가 아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메시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이에 동의하는 재학생과 졸업생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링크를 공유하며 더욱 활성화시켰다.
서울시립대 학생지원팀은 '전액 등록금 삭감'에 반대한다는 학생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공식 SNS 계정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반대 의견 역시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서 찬반 투표를 거친 결과였다. 지난 15일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0원 등록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전까지 대학생들의 주된 소통은 대자보를 통해서 이뤄졌다. 지금도 대자보가 붙긴 하지만 대부분 대자보를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전달되면서 영향력이 커진다. 형태도 다양해졌다. 이대 학생들은 집회를 하면서 있었던 일화를 담아 '이화본관실록'으로 이름 붙여 '카드뉴스' 형태로 내보내기도 했다.
민중가요가 아닌 대중가요로 일체감을 표현하는 것도 달라진 방법이다. 서울대는 오는 28일과 29일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록 페스티벌 '본부스탁'을 개최할 계획이다. 교내 밴드 중심의 1차 라인업을 발표했고 곧 외부 가수 라인업도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대에선 2011년 6월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며 록페스티벌을 한 적 있으며 당시 유명 인디밴드들도 참여했다. 본부스탁이란 이름은 1960년대 미국의 월남전 반대와 평화운동의 상징이 된 '우드스탁' 록페스티벌을 본뜬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 측은 캠퍼스 이용규정을 근거로 행사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정치 세력과 결탁하지 않는 것도 변화한 점이다. 이대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한 참가자는 "벗이라는 호칭 아래 동등하게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며 "지도부가 없는 만민공동회를 통해 단 한 명의 의견도 소중히 여기고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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