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후 풍선효과
8월 현재 163조원으로 올들어 14조원 늘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제2금융권의 가계 기타 대출이 올들어 10%가까이 급증하며 은행권의 대출 규모와 비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이후 은행권의 주택대출 심사 강화 후 기타대출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기타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 대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가계부채 사각지대다. 보통 신용ㆍ마이너스 대출과 함께 오피스텔ㆍ상가 등 비주택 담보 대출, 예ㆍ적금 담보 대출, 주식 담보 대출 등이 포함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통계를 보면 지난 8월말 현재 제2금융권의 가계 기타대출 잔액은 163조43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권의 가계 기타 대출 잔액 169조6585억원과 맞먹는다. 작년말만 하더라도 은행권과 2금융권의 가계 기타대출 잔액은 각각 161조9993억원, 149조1535억원으로 격차가 났다.
올들어 8월까지 제2금융권의 가계 기타 대출의 증가액인 14조2807억원(9.6%)과 은행권 증가액인 7조6592억원(5.1%)과 비교하면 제2금융권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1년전의 수치를 보더라도 제2금융의 가계 기타대출의 증가세는 확실히 눈에 띈다. 1년전인 지난 8월말 기준 은행권과 제2금융의 가계 기타대출 잔액은 각각 157조5398억원, 141조1877억원이었다. 1년새 은행권에서 9.2% 늘어나는 동안 제2금융의 대출은 15.8%나 급증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월 이후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깐깐히 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2금융권의 기타 대출의 경우 경기에 민감한 비주택담보 대출이나 신용대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 1월 한달간 1조1481억원 불었던 제2금융권의 가계 기타 대출 증가액은 2월 1조4640억원으로 몸집이 커졌다. 통상 설 명절이 있는 해당 월엔 상여금 등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들거나 증가 폭이 크게 완화된다. 3월 이후 8월까지 월별 평균 증가액도 1조9447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개인들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경우 금리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제2금융인 상호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8월 기준으로 15.7%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 4.24%보다 11.46%포인트나 더 높았다.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릴 경우 1년간 42만4000원의 이자를 내야하지만 이를 상호저축은행에서 빌렸다면 이자가 157만원으로 껑충 뛴다는 의미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개인들의 금리 부담은 앞으로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은행권의 대출을 죄면서 대출금리가 함께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연말께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까지 단행된다면 시중 금리 인상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은 은행 등에 비해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신용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경쟁 심화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불건전 영업행위 및 자산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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