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홍유라 기자] 손학규(69)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일 정계복귀와 동시에 민주당을 탈당했다. 강진에서 칩거를 시작한지 2년여 만이다. 손 전 고문은 "제7공화국을 열겠다"며 차기 대통령 선거 화두로 '헌법개정'을 거론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오후 4시께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명운이 다한 제6공화국 대통령이 되는 것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7공화국' 改憲 화두로=손 전 고문은 우선 전남 강진에서 칩거했던 것과 관련해 "200년 전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만다고 했다"며 "제 가슴에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어 손 전 고문은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87년 체제를 만든 제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다"며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졌던 리더십이 이제는 완전히 실종됐다. 제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이끌고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전 고문은 아울러 "이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출주도형 대기업중심 경제구조가 혁신없이 50년 동안 지속되면서 산업화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이 개헌을 차기 대선의 화두로 제기하면서 이른바 '비(非) 패권연대'를 주장하는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의 합종연횡이 가능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개헌과 관련한 의사를 들어본 적이 없어 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수는 없다"면서도 "현재로서 중차대한 과제가 개헌인데, 그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논의는 해 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 떠난 孫=손 전 고문은 관심을 모았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탈당을 선언했고, 기자회견 직후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는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며 얻은 모든 기득권은 물론, 당적도 버리겠다"고 전했다.
손 전 고문의 이같은 선택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총선을 통해 급성장한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서 활동할 근간이 없다는 판단을 하리라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의 탈당을 두고 이른바 '손학규계'는 물론, 비노(비노무현) 중진들의 만류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손 전 고문, 손학규계 의원들과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차담을 나눈 이종걸 의원은 "형식적인, 명시적인 당적 문제는 좀 유보해달라고 만류했다"며 "장관, 도지사,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당인으로선 당적만큼 큰 자산은 없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계보 의원들에 대해서는 '당에 남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손 전 고문이 의원들에게 '당에 남아 열심히 나라를 위해 일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다만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일부 의원들의 경우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야로 나선 孫, 향후 행보는=탈당을 결행한 손 전 고문은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손 고문이 국민의당 행(行)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에 문재인 전 대표가 있었던 것 처럼,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독주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그런 훌륭한 인재가 다시 정계복귀를 해서 야권으로 돌아오는데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면서도 "최근에는 연락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도 "지금 국가가 위기 상황인데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합해야 할 때"라며 다소 원론적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손 전 고문은 당분간 정당 밖에 머물면서 개헌, 제3세력을 매개로 새로운 정치세력화나 야권통합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그동안 산에서 많은 생각을 했을테니, 그런 생각을 우리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역할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