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혜 인턴기자] 19일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전격 사임했다.
최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구성원들이 더는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체육특기자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총장은 정유라씨의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가 절대 없었다고 했다.
◆학교 설립 이래 첫 불명예 퇴진…문제의 시작은?
이화여대 학생들과 최 총장 사이의 본격적인 갈등은 미래라이프 설립을 두고 시작됐다. 올해 7월, 이화여대는 고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비정규직 여성들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건립 이념에 맞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업이 확장되면 30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어 학교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여성의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원은 이미 설립돼 있다. 기존 학부 과정과 중복되는 과정을 만드는 건 소위 ‘학위장사’에 불과하다”며 “30억원을 노린 돈벌이 장사”라고 했다.
날이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수백여 명의 이화여대 학생들은 시위를 시작했고 본관까지 점거했다. 7월 28일, 학생들은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고 이 과정에서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당시 학교 안팎에 배치된 경찰들은 총 1600여 명으로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다. 몸싸움으로 인해 학생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결국 단과대학 미래라이프 설립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을 부른 학교 측의 대처에 학생들은 분노했고,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83일의 점거 농성, 그리고 대자보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통하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과 학사관리에 특혜가 있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우선 입학과 관련된 특혜로 추정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정유라씨가 입학할 당시 이화여대의 체육특기생 종목이 기존 11개에서 23개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승마 종목이 포함됐고, 두 달 뒤 정씨가 체육특기생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또 이때 모집 요강에는 ‘마감일 기준 3년 이내의 개인전 입상 기록’만을 인정한다고 나와 있었지만 정씨는 서류 마감 나흘 뒤에 딴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면접에 들고 갔다. 당시 면접관들에게 ‘정씨를 뽑아야 한다’는 압력이 가해졌다는 눈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입학한 정씨는 1학년 1학기에 학점 0.11로 학사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대회 등에 참가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해주라는 내용의 학칙개정이 있었고, 정씨는 이후 학사경고를 면했다.
16일에 교내에 게시된 대자보는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자보를 쓴 학생은 자신이 정씨와 같은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씨가 출석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과제물 역시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씨가 B학점 이상을 취득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오랜 의혹과 갈등 끝에 100여 명의 교수협까지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교수들의 이러한 퇴진 요구는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19일 최 총장은 물러났다.
이은혜 인턴기자 leh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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