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진해운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 시기와 고용승계 규모를 놓고 노사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9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한진해운 육상노조는 전날 오후 3시 첫 노사협의회를 열어 구조조정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사측에서는 이영근 인사담당 상무와 법원측 참관인 등 6명이, 노조측에서는 장승환 육상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대표자 6명이 참여한 가운데 조율을 벌였다.
이날 협의회에서 사측은 운영자금 고갈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며 11월 초 정리해고 예고 후 12월 초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정리해고 계획을 노조측에 전달했다. 자금 사정상 희망퇴직 방식의 구조조정은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은 주력 노선인 아시아~미주 노선에 대한 영업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진해운은 이 영업권을 넘겨받는 기업으로 승계될 인력 300명만 남기고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인 350명을 잘라내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육상근로자 수는 임원을 제외하고 10월 기준 총 650명이다.
노조 측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구조조정 시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현재 남아있는 직원 650명 모두에게 고용승계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은 영업양수도 M&A 이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실제적인 해고회피 노력없이 단순히 직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감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조위원장은 "자산매각, 임금동결, 주재원감축, 임원 임금반납 등 자체적인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사측의 노력이 와닿지 않는다"면서 "그룹사로의 직원승계나 동종업계 재취업 알선 등 실제적인 노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육상노조는 선원 등 해상직원을 제외한 본사나 해외지점 근로자들로 구성됐다. 지난 12일 설립인가가 떨어진 육상노조는 법정관리를 전후해 꾸려지면서 현재까지 모집된 조합원 수가 380명에 불과하다. 조합원 수 미달로 현재로서는 쟁의행위 등 단체행동권이 제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조는 사측과 대치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다"면서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노조가 강경대치에 나서기 쉽지 않은 만큼 사측이 재취업 알선 등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고 노조측이 이를 수용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노사 양측은 오는 20일 오후 3시 2차 협의회를 열어 구조조정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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