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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감에도 등장한 국정교과서...'늑장 판결' 도마위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12초

야 의원들 "정치적 민감 사안ㆍ기본권 침해 문제 등 신속히 처리해야"
박한철 소장 "소장 임기 명확히 해 임명권자로 인한 남용, 악용 소지 없애야"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2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국정교과서 헌법소원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세번째 위헌 법률심판을 앞둔 양심적 병역거부 등 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헌재가 헌법소원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들을 늑장처리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는 공권력의 질서냐, 기본권 보호냐하는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재가 역사교과서 헌법소원을 늑장처리하면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25일 헌재가 심판회부통지한 관련 헌법소원 사건의 교육부장관 대리인 답변서를 245일이나 지난 올 7월에 받으면서도 답변서를 빨리 내라는 촉구공문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30일 이내에 제출해야하는 답변서를 늑장제출해 문제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데도 헌재가 독촉조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당의 백혜련 의원은 "92년 노태우 정권 당시에도 국정교과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는데 21세기에 이런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창피스럽다"며 "헌재에서 빨리 판단을 내려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올해만 해도 청구인 사망으로 심판이 종료된 사건이 2건이나 있다"며 "국정원의 통신감청과 관련해 전직 교사인 김모씨가 2011년 3월 청구한 사건은 5년을 기다리다 판단조차 못 받고 김씨가 사망해 심판이 종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흔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입법례 등을 살피다보니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재는 소모적 논쟁이나 극한 갈등을 야기하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못하고 있어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일갈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헌법소원을 예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사건의 신속한 판결을 주문했다.


헌재의 '늑장결정'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헌재의 180일 경과 처리사건은 2014년 355건인데 반해 지난해 492건으로 오히려 대폭 늘었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중국결정을 선고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2년 이상 장기미제 사건은 총 103건이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은 접수 이후 2000일이 가깝도록 심리를 진행 중이다.


한편, 국감 답변자로 나선 사무처장의 "전달하겠다", "재판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는 반복적인 답변이 계속되자 야당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여기가 헌재 사무처 행정감사인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번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정교과서 헌법소원을 비롯해 고 백남기씨에 대한 직사살수,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통신감청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헌재의 늑장 판결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헌재는 비슷한 대답을 반복했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박 의원이 나선 것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헌재의 처리 지연은 기본권 침해를 방조,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에 질타에 여당 간사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맞섰다. 김 의원은 "헌재 국감에는 사무처장이 답변하는 게 오랜 관례고, 현행법에 따른 것"이라며 "의원들이 관심 가진 사건에 대해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윽박지르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박한철 헌재소장의 퇴임 이후 신임 소장 임명과 임기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박 소장이 2013년 취임할 때 헌법재판관을 사임하고 소장으로 임명됐다면 임기 6년이 확보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남은 재판관 임기만을 소장 임기로 하면서 차기 대통령은 후임 소장을 임명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이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내년 2월 이후 신임 소장 취임 때까지 소장 공백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에 대해서도 우려한 것이다.


2011년 2월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박 소장은 2013년 4월 소장으로 지명됐다.


종합 답변에 나선 박 소장은 "적극성을 가지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청탁금지법 등 우선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사건 처리 등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를 언급했다.


박 소장은 "헌재소장 임기의 명시적 규정이 반드시 법개정 사항은 아니다"라며 "임명권자로 인한 남용, 악용 소지를 없애고 소장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해석상 논란에 반하지 않도록 입법으로 분명히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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