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할말 없다"
내부적으로는 반대 기류…"온누리상품권 큰손도 전경련"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청와대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스포츠와 미르재단 설립 과정을 비롯해 국정과제 관련 일감 수주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해체론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청와대는 전경련 해체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춘추관에서 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에는 "국회에서 나오는 발언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참모진 대부분도 "청와대가 굳이 입장을 밝힐 일이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경련 해체론뿐만 아니라, 그런 주장이 제기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경련이 정부 사업에 동원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 "전통시장에서 소비되는 온누리상품권을 기업들이 구매하는 것도 전경련이 중간에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기능 보다는 서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경련 해체론에 대한 반대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 구매에서 대기업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판매된 온누리상품권 규모는 2조2380억원이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전체 구매액의 2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부 구매액이 3.7%,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각각 7.7%, 7.5%를 기록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다른 참모도 사견임을 전제로 "안좋은 면만 부각시켜 해체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경련 해체론에 반대하는 청와대 내부 여론이 외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직 해체론이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가 재단을 둘러싼 의혹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전경련 회원사들 사이에서도 해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만큼, 이런 주장이 더욱 확대돼 전경련 내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는 단계까지 갈 경우 청와대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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