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통법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선택약정, 알뜰폰 가입자 증가
녹소연 "소비자 선택권 제한됐기 때문"
지원금은 줄고, 소비자 불만 늘고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 지난 1일로 만 2년을 맞은 가운데, 정부는 단말기유통법 성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장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되면서 발생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4일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통신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비용은 결코 줄지 않았다"며 "사업자의 꼼수 뒤에 줄줄 새는 통신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소연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단말기유통법 성과가 일부 성과를 과대포장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래부는 가계통신비가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인 지난 2014년 3분기 15만350원에서 지난 2분기 14만5847원으로 줄었고, 평균 가입요금도 4만5155원에서 3만9809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배경에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가입자가 9월 기준 1014만명으로 늘어났고, 50만원 미만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도 35.7%를 기록한 점이 있다고 했다. 또 알뜰폰 가입자도 65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중 10%를 돌파했다며 성과를 밝혔다.
하지만 녹소연은 가계통신비 인하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한 것에서 기인했다는 주장이다.
선택약정 가입자 1014만명 중 30%가 넘는 311만명의 경우 중고폰이나 24개월 약정이 지난 이후 쓰던 스마트폰으로 재가입한 가입자들로 나타났다. 즉, 30%의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못하고 쓰던 폰을 계속 쓰거나 새 폰이 아니라 중고폰을 구매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신형 스마트폰의 경우 도리어 실질 구매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인 2014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사유 보고서를 보면 이동통신3사의 평균 보조금은 57만9000원에 달했다. 당시 가이드라인이었던 27만원의 2배가 넘는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영업정지 등의 징계를 맞았다.
윤종오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 이후 현재 출시 15개월 이전 스마트폰 기준 공시지원금(6만원대 요금제 기준)은 평균 19만 3007원이다. 출시 15개월이 지난 스마트폰의 평균 공시지원금도 37만3937원에 불과했다.
2014년 3월 방통위 심결자료와 2016년 9월 국감자료를 비교하면 최신형 스마트폰의 경우 평균 지원금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명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용자 1인당 평균 29만3261원이었던 단말기 지원금은 2015년에 22만2733원으로 7만528원(24%) 감소했고, 2016년에는 6월까지 평균 17만4205원으로 다시 4만8528원(21.8%)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소비자들은 단말기유통법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소연이 김성수 의원실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9.1%의 국민들은 단말기유통법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를 체감하지 못했거나 도리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녹소연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 지원금 하한제 폐지 및 위약금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주장했다. 또 통신원가 검증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 올바른 요금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2G, 3G 서비스 통신요금 20% 인하, 유심(USIM) 가격 인하 등을 제언했다.
녹소연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은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결합상품 이외에 선택약정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줬고, 지속적인 알뜰폰 정책을 통해 저가의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함으로서 합리적인 통신소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면서도 "그러나 당초 이 법률의 입법취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확대하는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비용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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