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할부 판매로만 연간 1000억 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30일 밝혔다.
이통사들은 지금까지 단말기 할부 판매로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한 채 단말기 할부 거래를 통해 남는 돈은 전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해왔다. 그러나 할부 거래에 소요되는 자금의 조달비용과 운용비용의 차이를 면밀히 분석해 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진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SK텔레콤은 2016년에 352억 원을, KT는 2016년에 197억 원, 2015년에 678억 원, 2014년에 657억 원을, LG유플러스는 2016년에 72억 원, 2015년에 312억 원, 2014년에 377억 원을 각각 벌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를 할부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신해 제조사에 판매대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이 대금을 고객들로부터 매월 할부로 돌려받는다. 이동통신사들은 매월 할부금을 회수하면서 이자까지 붙여 돌려받는데, 이렇게 발생한 단말기할부채권이 누적돼 쌓이면 이동통신사는 자금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이동통신사는 이 할부채권을 ‘자산유동화’라는 과정을 거쳐 증권시장에서 일시불로 회수한다. 그렇게 되면 다시 그 돈을 단말기 할부거래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들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할부기간(통산 2년) 동안 나누어서 받을 채권을 일시불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의 ‘할인율’을 적용해서 채권원금보다는 적은 돈을 회수하게 되는데, 이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바로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자금 조달비용이 된다.
여기에다 이동통신사는 단말기 할부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서울보증보험에 ‘단말기 할부신용보험’을 들고 보험료를 납부한다. 이 비용도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된다. 이렇게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부담하는 ‘할인율’과 보증보험사에 지급하는 ‘보험료율’을 합하면 이동통신사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자금 조달이율이 된다.
이외에도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해 증권사나 법무법인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이 있지만 그 금액은 전체 채권액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이것까지 평균해서 비용으로 가정하면 위 표에 있는 합산 조달이율이 계산된다.
통신사들은 이외에도 할부금이 연체됐을 경우 추심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아예 못 받게 되는 돈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모두 비용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는 모두 엉터리 주장이다.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할인율’에 이러한 위험 요소가 모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 할인율에는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추정한 조기상환율과 채권회수율이 감안돼 있으며 연체가 발생했을 경우를 예상한 가산금리까지 반영돼 있다. 또한 보증사고가 발생해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계산해 할인율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들은 자체 채권추심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권추심과 관련해 추가 인건비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합산 조달비용 이외에 통신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따라서 이 조달이율과 통신사가 고객들로부터 수취하는 할부이자율(운용이율)의 차이가 통신사가 가져가는 마진이 된다.
이 마진율에 단말기 할부판매액을 곱하면 이동통신사의 이익이 계산된다. 연간 1000억 원 규모다. 이통 3사 합산 기준으로 2014년은 1033억 원이고 2015년은 989억 원이다. 2016년은 6월말까지만 계산해서 621억 원이다.
프리미엄폰이 출시되던 2012년부터 할부채권이 급격히 늘어나자 통신사들은 이러한 자금조달 방법을 사용했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장이율 또한 같이 하락하자 통신사들에게 갑자기 이자율 마진이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수익원이 발생한 것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따라 조달금리(예금)와 운용금리(대출)를 같이 변동시키지만 통신사들은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이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계속 내려가는데도 고객에게 받는 할부이자율은 8년 동안이나 요지부동이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도 내려가는 것이 당연하다. 자산유동화를 위한 할인율 또한 시장금리가 기준이 된다. 통신사들만 이러한 상식을 무시하고 운용이율을 고정시킨 채 조달이율의 지속적인 하락에서 오는 불로소득을 챙겼다. 대부분의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할부거래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이유가 짐작가는 대목이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미래부의 태도가 더 문제였다.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할부이자 문제는 전기통신사업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듯한 입장을 취해왔다. 단말기 없이는 이동전화서비스가 불가능한테도 통신요금을 규제하고 있는 미래부가 단말기 할부이자 문제에 대해서 오랜 기간 수수방관해 온 것은 명확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최명길 의원은 “이동통신은 전 국민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사업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이다. 개개인의 단말기 할부금에 붙는 이자는 얼마 안 될지 몰라도 사업자들에게는 엄청난 이득이 될 수 있다. 통신사들은 할부이자율 인하 여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미래부가 지금처럼 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국정감사 때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할부수수료는 일시납으로 전액 납부한 '채권보전료'를 고객의 할부기간 및 단말출고가에 맞춰 현실화 한 것"이라면서 "할부수수료는 금융비용, 보증보험료, 기타 채권관리비용 등으로 구성되며, 당사가 이를 통해 취하는 수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의원실의 계산법에 심각한 오류는 할부수수료율 5.9%를 연 이자율로 환산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를 연 이자율로 환산할 경우 약 3.1%이며, 여기에서 보증보험료(1.4%)와 조달금리(2.3%)를 제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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