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서울대병원이 지난 25일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비해 7월부터 경찰병력 배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망진단서 작성에 진료부원장이 개입하는 등 지침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병원이 혜화경찰서장 앞으로 보낸 공문을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지난 7월17일자로 보낸 공문에서 병원 측은 "현재 백씨의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위중한 바, 사망 시 병원 주변에서 시위단체들이 우리 병원 주요 시설물을 점거해 농성을 벌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판단된다"고 기술했다. 이어 "현재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우리병원의 질서유지와 시설물 보호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 공문에서 '우리병원'은 본관과 현관·로비, 장례식장, 대한의원 주변 등을 이른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백씨가 사망한 지난 25일 이후에도 혜화경찰서에 공문을 다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결국 최대 21개 중대를 병원 주변에 배치했다.
김 의원은 "백씨의 부상 원인은 명백히 경찰의 살수차 사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공문을 보면 서울대병원이 '시위로 인한 부상'이라고 못박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이같은 인식과 사망진단서의 '병사' 분류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이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시민들이 수사기관의 부검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치하는 상황도 없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도 “백씨의 사망진단서 작성에 진료부원장이 개입했다”면서 사망진단서의 '병사'라는 기술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더민주 등 야당도 서울대병원 측이 ‘사망진단서’ 지침을 위반했다면서 서울대병원장을 국회 복건복지위원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8일 백씨의 시신에 대한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유족 측 관계자 500여 명은 서울대병원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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