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29일 현대상선의 새 수장에 유창근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공식 선임됐다.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새출발하는 현대상선의 초대수장이 된 그에게는 '경영난 타개'라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1위 선사의 부재와 해운업계 장기 불황 속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대상선은 이날 오전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유창근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현대상선에 20여년 넘게 근무한 정통 해운맨으로, 2012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이미 한 차례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그가 현대상선의 수장 자리에 처음 올랐던 2012년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었다. 2008년 매출액 8조9309억원, 영업이익 605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현대상선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세계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며 해상 물동량도 급감했다.
이듬해 현대상선은 5764억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유 사장의 임기 중에도 현대상선은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유동성 파고를 넘지 못하고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촉발된 글로벌 물류대란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국내 해운산업 전체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극적으로 회생했지만 경영정상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5년째 이어오고 있는 적자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현대상선은 2009년 57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처음 적자로 돌아섰고 그렇게 8년을 버티며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돼 갔다. 누적 손실로 인해 현대상선의 부채는 올 상반기말 기준 4조3324억원까지 불어났다.
운송 담당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 부문은 선복량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고 물동량 증가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지수가 작년 대비 반토막에 이르는 저시황이 지속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해 잃어버린 화주들의 신뢰 회복도 또 다른 과제다. 산업은행이 각국 화주들에 '현대상선을 이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화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산업은행, 한진그룹의 책임 떠넘기기에 하역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미 화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 해운 브랜드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영업력에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신뢰도를 회복해 영업력을 구축하는 것도 그의 몫"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 사장이 해운 비즈니스에는 정통하지만 재무 구조조정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20년 몸담았던 친정에 돌아온 만큼 인력 감축 등 구조 개혁에 적극적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크사업부문과 LNG사업부문 등 알짜 사업부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고수익 사업부를 키워 조직을 재편하고, 정부 선박펀드 지원을 받아 초대형, 고효율 컨테이선을 대거 발주하는 등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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