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중소형 은행들이 과도한 은행 간 대출로 '도미노' 부실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 평가 기관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의 중소형 은행들이 조달한 자금 중 은행 간 대출 비중이 3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치이자 지난해 1월 말에 비해 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은행 간 대출이 증가할수록 하나의 은행 부실이 전체 업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무디스는 경고했다.
크리스틴 쿠오 무디스 홍콩 주재 선임 부사장은 "은행 간 대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금 경색 위험은 더욱 커진다"며 "한 은행이 다른 은행의 자금을 회수해야 하면 해당 은행도 또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빼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 상하이푸둥발전은행의 올해 1·4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단기 대출과 환매조건부채권(RP·레포)으로 조달한 자금이 75% 증가한 데 비해 개인 예금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중소형 은행들이 은행 간 시장에서 대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은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단기 대출 금리를 지나치게 낮게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1년 은행 단기 대출 금리인 7일물 레포 리는 2.4% 수준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저금리로 빌린 자금을 부동산, 회사채, 섀도뱅킹(그림자은행) 상품 등 고수익·고위험 자산군에 투자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아시아(CLSA)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올 상반기 261%에서 2020년에는 32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섀도뱅킹에 자금이 몰리면서 은행권 부채가 점증할 것으로 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베이징 주재 금융 기관 신용 평가 담당자는 "중국 은행 간 대출을 둘러싼 부실 전이 위험이 확실히 커지고 있다"며 "시의적절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통제력과 유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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