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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역풍 부른 '필리밥스터'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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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역풍 부른 '필리밥스터'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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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막으려 '필리밥스터(식사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한 새누리당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 차수변경을 통해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단순히 하나의 건의안을 내줬다는 의미보다,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의미가 깊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했는가'하는 의문점이 나오고 있다.

▲필리밥스터, 왜 일어났나


이날 '필리밥스터'는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의적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맞서면서 시작됐다. 오후 7시50분께 새누리당 의원 10여명이 본회의장 단상 안팎에 난입했고, 정 원내대표와 정 의장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정 의장은 교대로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며 식사할 것을 제안했지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태는 대정부질문이 중단된 지 36분만인 오후 8시26분께 일단락됐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향후 의사진행 일정을 논의하기로 하고, 정 의장은 오후 9시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필리밥스터 충돌'은 표면적으론 정 원내대표가 국무위원들의 식사 ·휴식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빚어졌다. 하지만 충돌의 배경에는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저지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전략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날 본회의 개회 직전 정 의장은 "해임건의안은 국회법 따라 오늘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면서 여야 간 협의를 요청했다. 해임건의안의 마지노선이 이날 자정까지로 앞당겨진 셈이다.


여당은 이날 하루 지속적으로 의사일정을 지연시켰다.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본회의가 오후 2시로 미뤄졌고 여당 의원들은 1시간 가까이 지나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오후 2시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야당의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놓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임건의안 상정을 미루기 위한 새누리당에 맞춰 국무위원들은 대정부질문에서 장황한 답변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우택 의원은 무려 55분간 질의ㆍ응답을 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임이자 의원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개혁법안의 핵심, 노사정 대타협의 내용 등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 장관은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홍철호 의원은 국무위원에게 깊이 있는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지막 대정부질문 질의자인 이우현 의원은 약 2시간 동안 질의·응답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질의와 답변이 길어지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일종의 '필리버스터'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법적으로 필리버스터는 의원만 할 수 있지만 국무위원들이 변칙적으로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국회법상 대정문질문 질의시간은 의원에게만 15분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이날 수차례 의총을 반복하면서 전략을 점검했다. 결국 오후에는 국무위원들에게 식사시간을 달라며 한때 의장석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태로 발전했다.


▲필리밥스터,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누리당이 이 같은 지연작전을 펼친 이유는 사실상 해임건의안을 막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해임건의안을 자동 폐기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신청 전에 본회의가 개의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여당의 다급함은 국민의당내 미묘한 기류 변화에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129석만 확보하고 있다. 전원이 출석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1명)과 정의당(6명), 무소속(6명)이 전략투표에 나서면 과반인 151석에 18석 차이로 접근한다. 여기에 국민의당 의원 38명 가운데 18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해임안은 무난히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날 해임안은 새누리당 의원 129명과 국회의장을 제외한 170명의 의원 전원이 참석해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되었다.


분위기는 본회의가 개최된 23일 바뀌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전날(22일)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을 계기로 정권을 견제하기위해 건의안에 찬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해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었던 국민의당에선 이날 한때 강경 기류가 팽배해지면서 2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정회 뒤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 찬반 표결 여부에 "아직은 내가 기상청장이 아니라 정확하게 예보할 수가 없다"면서도 "아직도 못 느꼈느냐"며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저녁식사는 도시락을 교대로 먹지만 언제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표결되려는지, 차수변경도 각오하고 있다"며 "김경진 의원이 광주 내려갔고 김광수 의원은 전주에서 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딱 한 분 (빠지는 것)"이라며 표단속을 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 의장의 의사진행을 문제 삼으며 1인당 5분씩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안받아준다"고 밝혔다. 의사진행발언은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다급해진 새누리당이 '필리밥스터'라는 무리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해임안 투표를 앞두고 한 여당 의원은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작전 실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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