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어뢰는 엄청난 수압과 해류를 고속으로 뚫고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 시켜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담긴 해상 무기다. 지난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서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 역시 승패를 가른 것은 다름아닌 어뢰였다.
현재까지 어뢰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국가는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웨덴ㆍ러시아ㆍ중국ㆍ일본ㆍ한국 등이다. 어뢰는 일반적으로 크기와 유도방식에 따라 분류된다. 크기에 따라 분류하면 중어뢰(Heavy Weight Torpedo)와 경어뢰(Light Weight Torpedo)로 나눌 수 있다. 중어뢰는 주로 잠수함에서 수상함을 공격하는 어뢰이고, 경어뢰는 수상함 또는 항공기에서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어뢰다. 경어뢰는 중어뢰와 달리 300㎏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무게로 제작, 함정 혹은 항공기에 탑재돼 잠수함을 공격하는 수중 유도 무기다.
우리 군은 해외업체 간 경쟁이 과열로 치닫자 신형형 경어뢰를 국내에서 개발ㆍ생산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어뢰연구팀은 당시 거의 성공 단계에 진입한 중어뢰 '백상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 신형 경어뢰 '청상어'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500억원을 투입, 10년간 공을 들인 결과 세계에서 7번째로 경어뢰 개발에 성공했다. 부품기준으로 91%, 가격기준으로 85%에 달하는 높은 국산화율은 엄청난 부가이득을 부른다. 또 대당 10억원으로, 해외도입가의 절반에 불과해 국방비 절감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청상어는 빔 조향기술을 적용한 능동형 소나(Active Array Sonarㆍ수중 음파탐지장비)를 장착한 장점이 있다. 꼽을 수 있다. 청상어는 수십개의 음향 빔을 동시에 쏴 탐지거리와 목표 식별능력 등을 향상시켰다. 특히 탄두의 파괴력은 1.5m 두께의 철판을 관통한다. 수면부상 기능은 훈련어뢰로 사용할 때 추진을 멈춘 경우 수면으로 떠올라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말한다.
청상어 개발과정의 아픔도 많다. 청상어를 개발할 당시 만들어진 시제품은 현재 남해바다에 가라앉은 상태다. 2001년 6월 청상어의 성능이 이상없다고 판단한 ADD 청상어 개발팀 여구원들은 배를 타고 청상어시제를 들고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실험을 끝으로 청상어가 수면으로 부상하기만 기달렸다.
하지만 순식간에 부상한 청상호 부양기낭이 연구원이 타고있던 선체와 부딪히고 말았다. 부양기낭의 공기는 점점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청상어도 점점 바다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던 잠수대원이 급히 바다에 뛰어들었고 청상어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거리에 다가왔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이날 연구원들은 시험을 통해 획득한 자료는 건졌지만 성공적인 개발을 증명해준 시제기는 다시 볼 수 없었다.
ADD관계자는 "해상시험이 많은 어뢰는 날씨, 바람, 조류 등 자연화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어느 무기체계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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