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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해진 밥상…음식점 '그릇 다운사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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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가짓수 줄이고 양도 적게 담은, 3만원 이하 '영란세트'의 역설

헐렁해진 밥상…음식점 '그릇 다운사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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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세트 음식, 기존 식기에 담기자…너무 적어보이는 양에 고객들 실망
-소식문화 등 겹쳐 그릇 줄이기 확산…"매장 크기마저 줄어들라" 우려

#. 서울 광화문 소재 한정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미란 대표(50ㆍ가명)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가격을 3만원 이하로 낮춘 일명 '김영란 세트'를 내놨다. 음식 가짓수는 유지하면서 양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기존 식기가 문제였다. 식기에 비해 밥과 국, 반찬 등 음식 양이 너무 적어 보였다. 결국 최 대표는 크기가 작은 식기를 새로 구입하기로 했다. 작은 그릇에 밥을 '고봉(高捧)'으로 담겠다는 게 최 대표의 묘안이다.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주방용품 업계 및 외식업계 등에서 식기 '다운사이징(크기 줄이기)' 경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방용품 기업 르크루제에서 올해 새로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밥ㆍ국그릇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크기가 30% 줄었다. 그릇 크기를 줄여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증가하면서 이를 반영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인의 밥그릇 크기는 350㎖ 정도였다. 현재는 270㎖ 안팎 수준이다. 캔커피 용량인 240㎖보다 약간 큰 정도다.


행남자기와 한국도자기 등도 2012년 처음으로 300㎖ 이하인 밥그릇을 내놓은 이후 '작은 식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추가로 밥그릇 등 식기 사이즈를 더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방용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강관리를 위한 소식 문화가 확산되고 서구식 식습관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작은 그릇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여기에 김영란법 여파로 작은 식기들을 새로 구매하려는 음식점들이 늘어나 식기의 다운사이징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손님이 많은 세종시 주변 식당들도 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김영란법에서는 공무원과 언론인 등 적용대상자들에게 1인당 3만원 이상 식사 대접을 금지하고 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일동 대표(45ㆍ가명)는 "음식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타개책을 찾고 있는데 작은 식기를 쓰면 보관과 세척 등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밥그릇 크기를 줄여야 할 만큼 외식업계 전망은 좋지 않다. 김영란법 시행 전임에도 지난 8월 매출이 전월 대비 감소했다.


한국외식중앙회가 전국 56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월 외식업체 26.43%의 매출이 7월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 7월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외식업계 매출액 감소율은 약 5%로 추산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황인데 김영란법 때문에 기존 음식점에서 판매했던 메뉴들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면 음식 양과 그릇 크기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릇 크기만 줄이는 게 아니라 매장 규모도 줄여야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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