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한국은행은 총알만 낭비하고 있다. 내릴때 과감하게 내려야 한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학 석좌교수는 22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블로그를 통해 금리 조정 효과는 2%에 불과하고, 심리적인 의사소통 효과가 98%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교수는 "예전부터 한국은행에 금리를 제로(0)로 내리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냐는 것으로, 한국은행이 0.25%포인트씩 인하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전 의장도 양적완화를 3번에 걸쳐 했는데 그중에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첫번째였다. 세번째는 기대만큼 부양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부임 후 충격적 부양정책을 통해 효과를 본 바 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안정 문제에 대해 "통화정책은 거시경제를 봐야하는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 현금과 저축이 더 많고, 한국은 지하경제 비중이 높아 실질적인 가계부채비율은 높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손 교수는 지난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으나 12월 FOMC에서는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스태그네이션(장기 경기침체)인 상황이며 향후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경제에서 긍정적인 것은 고용창출이며 이는 실업률의 하락에 따라 앞으로 계속 어려워질 것이다. 또 GDP도 소비는 긍정적이지만 기업 부문에 있어서 설비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계속 되니까 기업들이 인력을 고용하거나 하는 방법을 통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는 생산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금리를 인상한다면 다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 교수는 "Fed 내에서는 자연금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며 "Fed 내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자들은 '자연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추구해야할 금리이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이상적인 금리다. 만약 기준금리가 자연금리에 비해 상당 기간 너무 높으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더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도 적정 수준을 밑돌 수 있다. 기준금리가 자연금리보다 상당 기간 너무 낮으면, 반대로 물가는 치솟는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잠재 경제성장률(GDP)도 내려가고 자연금리도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한다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니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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