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경제민주화 위해 필요"…"기업인 망신주기 안돼"
정몽구·이재용 증인채택…여야, 경제이슈 샅바싸움
野, 증인 무더기 신청 전망…작년 4713명 넘어설 듯
허창수·박용만 등 4대 경제단체장 놓고도 줄다리기
與野 '한진사태 책임' 조양호·최은영 채택엔 공감대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김보경 기자, 유제훈 기자] 오는 26일 막을 올리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증인 전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열리는 첫 국감이기에 어느 때보다 증인 신청이 무더기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 감정의 골은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여야 합의로 채택될 증인 수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의 4713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정무위ㆍ환노위 등 곳곳에 암초= 관심은 기업인들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제민주화를 주요 의제로 삼으면서 관련 증인 신청을 무더기로 할 기세다.
야당은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감이 기업인 망신 주기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상임위별로 기관 증인 출석은 정했지만, 기업인 등 일반 증인에 대해선 논의를 끝내지 못한 상태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에게 출석 7일 전까지 통보가 이뤄지도록 해 여야 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을 확정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재확인됐다. 야당은 정무위에서만 올해 대기업 관계자 등 140명을 일반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분야 대기업 CEO 등 15명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중 13명이 기업 관계자다. 홍기택 산업은행 전 회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이상운 효성 대표이사 부회장,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 주인종 신한은행 전 부행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용 부회장 출석 뜨거운 감자로=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여전히 큰 상태다. 정무위의 야당 의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10월7일)에서 증인 채택이 요구돼, 다음 주까지는 증인 채택을 놓고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증인 채택은 이미 국감의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한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와 판매 차량의 가격 차별 정책 여부를 질의하기 위해 야당은 반드시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이와 관련,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확대됐기에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기업인을 타깃으로 한 무더기 출석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감의 주도권을 야당에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배경에 깔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불러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인 국감 증인 채택 문제는 국토교통위 등 상임위별로 이미 여야 간 진통을 겪고 있다. 국방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은 1차 증인 채택 의결 뒤 보류된 증인들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업인 국감 증인 면면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국감에 출석할 기업인 증인들의 면면은 이미 속속 드러나 있다. 기업 총수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채택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진해운 사태'의 책임자란 명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채택된 기업인 가운데는 황창규 KT 회장, 김동구 금복주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전 회장, 장시권 한화탈레스 사장, 김영섭 LG CNS 사장,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황창규 회장과 장시권 사장은 국방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각각 광대역통합망사업 입찰 비리 사건, 방위사업청 무기계약에 대해 증언한다.
환노위에선 정성립 사장과 한찬건 사장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각기 남양주 지하철 사고, 조선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증언대에 오른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선 라케시 카푸어 RB코리아 대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전 대표가 증인으로 확정됐다. 배기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해 요하네스 타머 폭스바겐 한국지사 대표가 채택된 상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4대 경제단체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놓고는 지루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농해수위에선 최은영 전 회장, 김영섭 LG CNS 대표, 박진수 팜한농 대표 등이 증인으로 확정된 상태다. 김영섭 대표는 LG그룹의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 무산과 관련해 출석을 요구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새만금 투자 백지화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채택 여부는 불투명하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과잉 판촉활동 의혹으로 증인 채택했다. 또 제약회사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클라우스 리베 노바티스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요청됐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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