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인 지원 위해 기금 조성 합의했지만 진전 없어
與野, 정부 재원 부담 놓고 법안 처리 난항 예상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년 차를 맞았지만 농어업인 지원을 위한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도입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더구나 기금의 목표액과 정부 재정 투입 여부를 두고 여야 입장이 상이해 향후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는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농어촌 상생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했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에서 기금 조성의 법적근거를 담은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감감무소식'이다.
농어촌 상생기금 조성의 필요성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 저가의 중국산 농수산물이 수입돼 농수산물 가격 하락, 농어민 소득 감소 등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 시 향후 20년간 국내 농업 피해 규모를 1540억원(연평균 77억원)으로 전망했다. 농어촌 상생기금은 한중 FTA 발효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농어업 분야와 공유해 농어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이에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생기금의 법적 근거를 담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또한 법안 발의 3개월 만에 가까스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로 회부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체회의를 열어 두 법안을 법안소위로 넘겼다"며 "조속한 처리 필요성에 여야 간사 간 공감대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재원 부담을 할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드러나 법안 처리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홍 의원 발의 법안에는 상생기금 출연 주체를 정부 외 민간기업 등으로 한정했고, 기금 목표액이나 목표액 미달 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의원안은 정부도 상생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상생기금의 목표액 '1조원'을 명시하고, 해당 목표액 미달 시 정부가 부족분 충당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법안 통과에 장애가 될 전망이다. 재계는 농어촌 상생기금이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라며, 사실상 준조세라는 비판이다. 이에 새누리당 관계자는 "상생기금에 대해 재계에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여야정협의체의 합의 정신을 최대한 수용해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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