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비리' 수사 마무리 국면…20일 신동빈 피의자 소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오후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56·사장)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이은 두 번째 검찰 출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사장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의 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허위 심사자료로 부당하게 사업권을 따내고, 검찰 수사에 대비해 주요 자료를 은닉·파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용 과다계상이나 유가증권 할인 등의 수법으로 법인자금 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10~2015년 롯데닷컴·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 등 주주 계열사들이 부실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출자해 손실을 떠안은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강 사장에 대해 80억원대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강 사장은 2012년 초부터 2014년 말까지 롯데닷컴 대표를 지냈다. 롯데피에스넷은 최근 6년 내리 적자만 기록 중인 ATM제조사다.
앞서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조성·운용한 비자금, 대포폰 등에 비춰 관계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강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로비 정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더 이상 수사가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이날 강 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거액 비자금 조성 정황이 불거진 롯데건설 수사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공사대금 과대계상 수법으로 하청업체들을 통해 300억원대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유사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신 총괄회장 비서실을 거쳐 불법 정치자금으로 흘러간 내역이 2002 대선 이듬해 불법 정치자금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현 경영진까지 불법책임을 물을지 선별한 뒤 김치현 대표(61·사장)를 불러 확인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소환일정은 20일로 예정된 신동빈 회장(61)에 대한 조사 이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일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홈쇼핑 재승인 로비, 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외에도 그룹 경영비리 및 총수일가 불법승계 의혹 전반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제주·부여리조트,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인수·합병과정을 이용한 총수 일가 수혜 집중 및 거액 부정환급 의혹, 끼워넣기·일감몰아주기 및 지분·자산 거래 등 부당지원을 통한 배임 의혹, 급여명목 법인자금 유용에 따른 총수일가 거액 횡령 의혹, 총수일가 자산·지분 관리 과정에서 빚어진 탈세 등 불법승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가 총수일가의 지시를 받아 이를 관장해 온 구조로 보고, 롯데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 대표와 정책본부장 등을 역임한 신 회장을 상대로 간여 여부를 추궁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94)은 연이틀 방문조사, 총수일가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은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일가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74)은 앞서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채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해 총수일가에 대한 처분을 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라면서 “신 회장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인 부분으로 조사범위를 제한해 한 차례 소환으로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파악한 롯데그룹 경영비리 규모가 2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영자 이사장, 서미경(56)·신유미(33) 모녀에 대한 편법증여·탈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개별 계열사 비리 등을 합하면 전체 범죄피해 규모는 조 단위에 육박해 통상대로라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다만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위상 및 경영상 필요,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처분 방향을 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의 난’ 전후 총수일가 내 무게중심 이동, 수사 및 그에 이은 재판 결과가 미칠 영향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규모의 기업범죄를 저지른 경우 자격정지가 병과돼 법인 이사·감사 등에 이름을 올릴 수 없고, 이는 곧 이사회 구성 변동에 따른 롯데그룹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부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 수사논리로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일본에 머물며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있는 서미경씨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여권 취소 등 강제입국 절차에 돌입했으나, 법무·외교당국 등 절차를 거치면서 유효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최소 1~2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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