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의 반 총장이 내년 1월 초중 순쯤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귀국 행보 전망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 총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방미 중이던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유엔 사무총장 임기(올해 12월 31일)를 마치는 대로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할 예정"이라며 "귀국하는 대로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각계 지도자를 찾아뵙고 사무총장 10년의 활동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내년 대선의 최종 후보가 되는 길을 두가지로 보고있다. 하나는 새누리당으로 입당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는 것과, 특정한 정당에 소속 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며 몸값을 키우다 기존 정당의 후보들과 단일화를 통해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다.
우선 반 총장이 정파를 떠나 폭넓은 지지를 얻기위해 제3지대를 선택할 경우 오히려 힘든 길을 걷게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는 아직 초보인 반 총장이 확실한 조직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지세력을 더 키울 수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분석이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입당해 내부 경선을 거친다면 지지세력 규합에는 쉬울 수 있지만 친박(친박근혜) 후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에서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빨리 들어와서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기 때문에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조기에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다면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후보오서 검증할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다.
박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지지도 처음 1등이 대선에서 이긴 건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었다"며 "박찬종 후보는 (초반 지지율대로라면) 서울시장도 대통령도 몇 번 했어야 했고, 이회창 후보는 9년10개월 1등 했지만 마지막 한달 잘 못해서 DJ와 노무현이 당선됐다"고 지적하며 반 총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에서는 반 총장을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게 하고 있다. 일찍부터 대선 레이스에 참가하는게 좋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반 총장과 면담하고 나온 정 원내대표는 "사무총장 역할에 몰입하는 인상을 받았다. 내년 일을 고민하는 듯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조기 등판'을 공식화하면서 여야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은 반 총장이 오기 전에 지지율을 끌어올려 대항마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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