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저축은행이 2011년 이후 5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저축은행 업계에 햇살이 드리우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 상반기 48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반기 기준으로만 보면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대출로 인한 영업정지 사태 이후 내내 적자를 기록하다 2014년 흑자로 돌아선 뒤 8분기 연속 흑자를 시현한 것이다.
재무환경도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총자산 규모는 47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40조2000억원 대비 18.3%나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5조5000억원으로 1년 새 1조나 늘었다.
자산건전성도 좋아졌다. 부실채권이 감소한 게 한몫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여신에 대한 연체율은 7.7%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개선됐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원흉이었던 PF 대출 연체율만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35.1%에서 지난 6월 16.2%로 18.9%포인트나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업계가 따르고 있는 자산 클린화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 위주에서 다양한 상품군을 선보이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여전히 30여개 저축은행들은 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만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비주택담보대출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또 최근 중금리(연 15%대) 대출상품인 사잇돌2 대출을 출시하며 ‘서민들에게 고금리 장사한다’는 이미지를 벗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탈바꿈을 꿈꾸고 있다.
예전부터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높게 줬던 예·적금 상품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자산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의 이익 증가 요인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은 곧 중·저신용자의 채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금융권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 수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 부실화에 대비해 저축은행들이 쌓아 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보수적으로 한다든지 2금융권 대출심사를 좀 더 엄격하게 진행해 대출을 조이는 식으로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부실위험 축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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