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13일째 접어들었지만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의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약속한 개인 출연금 400억원을 13일 집행했지만 물류대란 사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3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하역비 등의 문제로 항만에 정박하지 못하고 공해 상을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은 총 70척이다. 여기에 해외 항만에서 채권자들에게 압류됐거나 선주들이 회수해간 선박 등을 더하면 총 93척이 비정상 운항 중이다. 하역이 완료된 컨테이너 선박은 23척이다.
조양호 회장은 물류대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재 400억원을 이날 오전 한진해운에 입금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도 전날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개인 출연금 1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주주가 내놓는 500억원에 한진해운이 이미 투입한 200억원을 더해도 법원이 추산한 하역 소요비용 1700억원 마련에는 여전히 1000억원이 부족하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통해 600억원을 담보 대출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배임 문제와 채권 회수 가능성을 두고 내부적으로 제동이 걸려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을 받은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 모두의 동의를 얻어 담보를 설정하고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한진해운의 회생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들의 동의를 모두 얻어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한진해운 최다 노선인 미국에서는 지난 10일 한진해운이 자체 긴급자금 200억원을 투입해 선박 4척의 하역 작업을 시작했다. 향후 영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서도 현지 법원에서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 승인을 받은 뒤 하역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하역 비용을 마련에 동참하지 않으면 물류대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 투입과 신규 노선 개설을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대체선박의 예약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현재 해상에 표류 중인 화물을 내릴 수 있도록 하역 비용을 지원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아직까지 자금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은 앞서 물류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역비 마련이 시급하다며 채권단에 신규자금 지원 DIP 파이낸싱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은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거부한 상태지만 한진그룹에서 약속한 하역비 1000억원 마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물류대란이 심화되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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