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시급성·野 회동 요구 수용·추석 민심 영향 고려한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은 내용만큼이나 시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의 순방과 곧바로 추석 연휴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달 중순이후에나 회동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추석연휴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만남이 이뤄지면서 시기가 갖는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추석 직전을 회동의 적기로 판단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지난 9일에 있었고,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당 대표에게 연락해 회동 일정을 조율한 게 11일 오전이었다. 청와대가 날짜에 따른 효과를 판단한 것은 10일을 전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추석 연휴 이틀 전을 선택한 것은 북핵에 따른 비상사태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으면서 야당 대표의 조속한 회동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야청 회동을 통해 북핵에 대한 메시지를 알리면 민심의 향배가 결정되는 추석연휴 동안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판단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때문에 해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빠뜨리지 않았던 전통시장 방문도 불가피하게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추석 전에 북핵문제와 대응방안을 공론화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회동결과가 나오자 청와대에서는 '시기적으로 묘수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야청은 북핵불용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 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북핵 해법,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는데, 추석 연휴 전 여야청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주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요구사항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야당의 불만도 5일간 이어지는 추석연휴 동안 다소 가라앉을 가능성도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연휴가 아니었다면 여야 대립으로 정국이 또 다시 얼어붙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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