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306곳 기업 대상 조사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처음엔 취업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물론 운전을 자주 하는 영업ㆍ판매직이 나와는 맞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지난해 한 대기업에 영업ㆍ판매직으로 들어갔다 8개월 만에 퇴사한 이모(29)씨의 말이다.
이씨처럼 어렵게 취직했지만 1년도 안 돼 회사를 그만두는 '루키'들이 늘고 있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나 됐다.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입사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사표를 내는 셈이다. 올해 1~7월 청년실업률은 10.6%로 사상 최악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이 같은 대졸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은 2012년 23.6%, 2014년 25.2%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1년 안에 회사를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ㆍ직무 적응 실패다. 취업 자체가 어렵다보니 회사와 적성을 파악하지 않은 채 일단 어디든지 원서를 넣는 일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기대와 다른 급여ㆍ복리후생도 퇴사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한 정보기술(IT)업체에 해외영업직으로 입사했던 배모(30)씨는 한 달도 안 돼 회사를 나왔다. 영어ㆍ중국어 능통자를 원해 면접까지 영어와 중국어로 봤던 회사가 연봉 2100만원을 제시했다. 배씨는 "연봉도 생각보다 낮았지만 중식이 제공되지 않고 첫 3개월은 80%밖에 못 받는다고 해서 언제 돈 모을까 싶은 마음에 그만 뒀다"며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지만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조기퇴사자를 바라보는 취업준비들은 자신도 똑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까 싶어 한숨만 쉴 뿐이다. 대학생 윤진희(24)씨는 "실업률이 사상 최고라고 하는데도 주변에 조기 퇴사자가 여럿 된다"며 "나도 수많은 총알을 날려놓고 하나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있는데 입사후 회사나 직무가 잘 안 맞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된다"고 밝혔다.
최근 잡코리아가 취준생 746명을 대상으로 전공이나 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준생 10명 중 6명은 올해 입사지원 시 묻지마 지원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회사들이 개개인의 적성과 경험을 고려해서 현업에 배치하거나 조기 정착이 가능하도록 타 구성원들이 옆에서 도와주는 노력 등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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