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전이지만 문제 여지 차단위해 선물 경계령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오상도 기자]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의도 정치권의 분위기는 예년 명절과는 사뭇 다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에 추석 선물 경계령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문제가 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매년 명절이 되면 국회 의원회관 1층 택배 보관소는 피감기관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선물이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인다. 하지만 올해는 풍경이 바뀌고 있다. 1층 택배 보관소에 들어오는 선물 수량 자체가 줄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는 "(명절 선물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며 "체감에는 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각 의원실은 법 시행 직전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영란법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유력 의원과 소관기관을 두고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하고 있다.
아예 선물을 '안주고 안 받겠다'는 방침을 정한 의원들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번 추석부터 명절 선물을 드리지도 받지도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고유 풍습에 대한 생각도, 또 농축산물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도 컸다"며 "하지만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의 취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받는 입장에서는 선물의 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더 곤란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한몫하고 있다. 김영란법상 허용되는 선물 상한가액은 5만원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물을 받아도 그게 얼마짜리인지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며 "일일이 선물을 체크하고 5만 원 이상의 물건인지 확인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혼란의 원인으로 김영란법 적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30~31일 주무 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에서 국회 직원들을 상대로 김영란법에 대한 강연에 나섰지만 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참석자들은 교육 사례로 제시된 '평소 건축업자가 (관련 공무원인) 과장과 3만 원짜리 밥을 먹으면 상관없지만,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밥을 먹으면 걸린다'는 대목에 대해 "평소 끗발 있는 공무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업계현실 조차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부서에서 배 상자 받을 경우 나눠먹어라. 공범을 많이 만들어라"와 "한 끗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느냐"는 등 압박성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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