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2= 9일 휴가, 자율휴가제 도입 잇따라…임시공휴일 지정 가능성은 낮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9일 국회를 방문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추석연휴 전인 12일, 13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가 차원의 임시공휴일 지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 주요 대기업이 올해 추석 연휴에 연차 사용을 권장하면서 ‘9일 휴가’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9월12~13일 직원들의 연차 사용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본인 의지만 있다면 9월12~13일 연차를 활용해 9월10일부터 18일까지 최장 9일간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휴가 일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율휴가제’를 도입해 임직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가 떠나기 하루 전이라도 (사내 전산망에) 연차 사용 계획을 보고하면 다음 날 바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올해 추석 연휴도 연차를 내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추석 연휴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LG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의 재충전을 위해 추석 연휴 전후로 개인 휴가를 활용해 추가로 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추석 연휴를 통한 ‘가을 휴가’ 활용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첨단소재 등은 9월12~13일 연차 활용을 통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권장하는 내용의 공지를 직원들에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명절 연휴에 연차를 붙여서 자유롭게 휴가를 떠나는 것은 그동안 기업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다. 회사원 입장에서 추석이나 설 명절은 2~3일 정도 연차만 내도 ‘가을휴가’ ‘겨울휴가’로 활용할 수 있지만, 회사 눈치 때문에 마음 놓고 휴가를 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남들은 고생하는데 혼자 쉴 생각만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휴가 선택을 주저하게 한 원인이다. 생산시설을 가동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일터를 비우는 이들이 늘어나면 작업량에 대한 걱정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사회 흐름 변화와 맞물려 휴가에 대한 기업의 인식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작업장이나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렸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도 중요하지만 자기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졌다”면서 “과거에는 휴가 사용이 조직 내 갈등의 요인이었지만, 기업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정부가 추석 연차 휴가를 권장하고 있는 흐름도 기업의 유연한 대응과 관련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추석민생대책’을 통해 “정부·공공기관·기업의 연가사용을 독려해 한가위 문화·여행주간 동참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휴일 활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월14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경제 전체에 생산 유발액 3조 85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조 3100억원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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