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애국의 표상 한용운은 여심잡는 상남자였다

시계아이콘01분 5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만해 탄생 137주기 - 그 열혈남아는 일제 치하를 어떻게 살아갔는가


애국의 표상 한용운은 여심잡는 상남자였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AD


[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 중


오늘 태어난 만해 한용운의 시는 요즘 감성으로 읽어도 솔직하고 투박하되 가슴을 내리치는 ‘한 방’이 있다. 조곤조곤 감정을 드러내는 여성적 시어를 통해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 읊조렸던 그이지만, 사실 한용운은 남성적 풍모가 강했던 당대의 상남자였다. 시인이자 스님, 그리고 독립운동가로 활약한 그의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지만, 동료들의 변절과 일제의 감시가 날로 심해지는 와중에도 따스한 인간미와 사랑을 잃지 않았던 로맨티스트기도 했다.


애국의 표상 한용운은 여심잡는 상남자였다 만해는 승려의 결혼 외에도 불교계의 대중적 사상 고취, 승려 자신의 노동력 자활과 인권회복 등 구습을 깨는 혁명적 불교운동을 자신의 저서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주창하였다. 아울로 대중들이 읽고 접하기 어려운 대장경을 쉽게 풀어 쓴 <불교대전>을 간행하는 등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저술활동을 펼쳤다. 사진 = 만해의 저서 <조선불교유신론>, <불교대전>


스님의 결혼을 허하라!


출가 전 한용운은 집안 간 약속에 의해 14살에 전정숙과 결혼했으나 결혼 2년 만에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하기 위해 집을 나설만큼 가정에 무심한 남편이었다. 첫아들을 얻었으나 돌보지 않았으므로 부자의 정 또한 크게 없었다고 한다. 아들 한보국 역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 이후 출가했다. 그랬던 그가 스님의 결혼을 강력하게 주장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용운은 불교의 근대화에 앞장선 대표적 승려였고, 조선 말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나날이 쇠락해가는 불교가 보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승려 또한 범속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1909년 ‘조선불교유신론’의 집필을 마치면서 승려의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듬해인 1910년 5월엔 중추원과 조선통감부에 공식적으로 이를 청원하는 문건을 진정했다. 비록 그의 청원은 묵살당했으나 생활불교에서는 독신이 아니라 생산적 부부관계를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은 삶에도 영향을 끼쳐 1931년, 53세의 나이로 당시 32세 간호사인 유숙원과 재혼, 심우장에서 여생을 함께 보냈다.


애국의 표상 한용운은 여심잡는 상남자였다 독립운동에 몸담은 이후 무수히 형무소를 드나들었던 한용운은 젊은시절부터 일제의 감시가 집중된 요주의 인물이었다. 사진은 한용운의 수형기록표.


변절자는 이미 죽은 사람


1919년 3.1 운동을 앞두고 독립선언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해는 급진적인 행동강령을 제안하다 최남선과 날을 세웠다. 결국 그가 제시한 강령 중 ‘최후의 일인까지 쾌히 우리의 의사를 발표하자’가 최종적으로 독립선언서에 수록, 민족대표 33인으로 3.1운동에 참여했고 현장에서 일본 경찰에 즉각 체포되었다. 이때 함께 체포된 민족대표자 중 일제의 잔혹한 고문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나오자 만해는 감방 안 똥통을 들고 와 그들에게 퍼부으며 일갈했을 만큼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강직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애국의 표상 한용운은 여심잡는 상남자였다 앞선 수형기록표와 대조했을 때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은 독립운동가들을 위협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진을 이용했다. 1929년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사상운동자 명부 작성"에 수집된 사진만 2천여 장이며, 1920년 7월부터 1935년까지 전과자의 범죄 수법과 지문, 그리고 사진을 모아놓은 자료는 35만 4,736매에 달했다. 그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요주의 인물은 그 주변까지 면밀히 조사하고 관찰했다. 사진 = 국사편찬위원회


독립운동을 함께한 최남선이 이후 변절했다는 소식을 듣자 만해는 그길로 그의 제사를 지내버렸다. 이후 탑골공원 인근에서 우연히 만해와 마주친 최남선이 그에게 인사를 건네자 만해는 “당신이 누구요?”라고 차갑게 대꾸했고, 머쓱해진 최남선이 “육당이오. 나를 몰라보겠소?” 물으니 “육당? 그 사람은 내가 장례 지낸 지 오랜 고인이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하루를 살아도 자기 뜻을 지키지 못하면 몸은 살았으되 정신은 죽은 사람으로 간주할 만큼 그는 자신에게나 주변에게 엄격했다.



애국의 표상 한용운은 여심잡는 상남자였다 한용운은 조선총독부가 마주보인다는 이유로 살기 좋은 남향을 포기하고 집을 북향으로 지어 만년을 추위와 함께할만큼 자신의 삶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다. 사진 = 심우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총독부 보기 싫어 집을 북쪽으로


태평양전쟁의 열기가 거세지자 일제는 조선의 청년들을 징용하기 위해 명망 있는 인사의 회유에 총력을 다했으나, 만해는 되려 창씨개명 반대운동, 조선인 학병출정 반대운동을 펼치며 총독부 공공의 적이 되었다. 이에 극심히 어려워진 그의 삶을 헤아린 동료들의 도움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하는데, 볕이 드는 남향이 아닌 추운 북향으로 집을 지어 주변을 아연케 했다. 총독부가 마주 보이는 남향을 하느니 차라리 춥게 살겠다는 생활 속 비타협의 실천이었던 셈.


북향의 집에서 냉방으로 생활하는 중에도 <님의 침묵>, 소설 <흑풍> 등을 발표하며 창작을 통해 조선의 독립과 부처님을 향한 염원을 은유법으로 표현, 세속적이면서도 민족정신이 묻어나는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가난과 일제의 감시가 삼엄했지만, 함께 독립운동을 펼쳤던 독립군 장군 김동삼의 시체가 조선에 도착했다는 소식에는 한달음에 찾아가 수습하는 동지애를 보이기도 했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기행을 일삼는 승려로 그를 오해할 수 있겠으나, 그는 그런 기행조차 목숨을 내놓고 실행에 옮긴 당대의 실천적 독립운동가였다. ‘나’는 님과 이별하여 침묵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도,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님’의 존재를 스스로 깨닫는다는 만해의 노래는 사랑도, 독립도 요원했던 삭막한 시대에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았던 로맨티스트의 고백이 아니었을까.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