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연합(EU)이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인터넷 검색 시장 독점을 제한하고 미디어 기업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저작권 보호법을 마련한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보도한 법안 초안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언론사가 뉴스 미리보기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들에게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검색엔진들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대중들에게 무료로 공개된 정보만 노출할 수 있게 된다.
외신들은 지난 5월 독점 혐의로 구글에게 30억유로의 대규모 벌금을 부과한 EU가 본격적인 인터넷 검색시장 개혁에 나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검색엔진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자르고 묶어 게시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는 반면 정작 내용물을 창작한 제작사들은 이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잘못됐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FT는 EU와 실리콘밸리 기업들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이 마련되면서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EU가 애플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9월 발표하고 세금회피 명목으로 수십억 유로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과 유럽간 신경전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다만 EU의 이같은 규제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많은 뉴스 회사들이 트랙픽과 독자수를 확대하기 위해 검색엔진 노출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청구 방침을 마련하더라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당국의 규제만으로는 기존 제도 내에서 형성된 '갑'과 '을'의 관계를 한번에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독일과 스페인에서 비슷한 유료 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실패한 경험도 있다. 독일에는 트래픽 급감을 경험한 많은 뉴스업체들이 수수료 청구를 포기하고 과거 모델로 돌아간 바 있다.
크리스티앙 비간트 EC 대변인은 "콘텐츠 제작자들의 권한을 보호하고 향후 검색엔진들과의 협상에서 이들이 더 유리한 시장 참가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 정치인으로 유럽의회 녹색당 및 자유동맹그룹 소속인 줄리아 레다는 독일에서의 실패 경험을 언급하면서 "미디어 회사들이 구글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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