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판매량 56만 상자로 저도 위스키의 두배
적은 원액·무연산이 고급으로 둔갑하기도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국내 위스키 시장이 경기침체와 주류 트렌드 변화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40도 이상의 정통 위스키를 찾는 소비층은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위스키 출고량은 79만5618상자(1상자=9리터)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만7383상자에 비해 4.98% 줄어들었다.
도수 40도 이상의 스카치위스키는 약 56만 상자로 40도 이하 저도 위스키 23만 상자에 비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산이 불투명하거나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주류보다는 원액의 숙성연도에 따라 풍미의 깊이가 달라지는 위스키의 가치를 인정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저도주 트렌드가 확산되며 저도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위스키의 풍미를 즐기기를 원하는 이들은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스키의 가치와 가격을 구분 짓는 기준으로는 블랜딩 된 원액의 최소 숙성연도를 나타내는 '연산'이 주로 쓰인다. 12연산 위스키라 하면 그 제품에 사용된 원액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원액이라 하더라도 12년 이상의 숙성연도를 거쳤음을 보증하는 것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12연산급, 17연산급과 그 이상의 고연산 시장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같은 연산급 위스키는 통상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고 제품에 붙는 연산의 숫자가 위스키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통산 위스키의 풍미를 즐기고자 할 때는 12연산을 선택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른 희소성의 가치를 한층 즐기기 위해서는 17연산급의 위스키가 선택되는 이유다.
특히 오래 숙성될수록 깊이 있는 풍미를 더할 뿐 아니라 자연적으로 연간 약 2%씩 증발돼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한 가치를 더하는 특성상 17연산 위스키의 가격은 12년산에 비해 크게는 두배 가량 차이가 나기도 한다.
문제는 무연산이거나 원액함량이 낮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17년산급으로 인식되며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연산이 불분명한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17년산급 제품들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고급 위스키의 경우 고연산 시장일수록 이러한 가치의 혼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맥주와 달리 위스키는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만큼 제 가치를 즐기는 주종"이라며 "소비자들이 위스키를 즐기기에 앞서 어떤 원액들이 사용됐는지, 최소 숙성기간은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서 그에 걸맞는 스마트한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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