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연구팀, 관련 기술 개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활당을 유발하는 물질인 '빌리루빈'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카이스트(KAIST, 총장 강성모) 생명과학과 전상용·이용현 박사 연구팀이 몸속에서 황달을 유발하는 물질인 빌리루빈을 항암약물 전달체로 이용하는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동물실험에서의 높은 생체적합성과 우수한 항암 효능을 보여 기존 암 치료법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약물전달시스템은 환부와 정상조직에서의 pH, 활성산소 등의 병태생리학적 차이를 분석해 빛, 자기장, 초음파 등 외부자극을 국소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효과적이고 선택적으로 표적에만 약물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약물전달시스템은 기존 합성의약품 기반의 항암 치료제에 비해 독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극감응성 약물 전달체에 대한 개발이 활발합니다. 고분자, 무기 나노입자 같은 인공소재 기반의 자극감응성 약물 전달체는 공정이 복잡해 상용화가 어렵고 잠재적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몸속 물질인 빌리루빈을 이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지난 5월 빌리루빈은 황달을 일으킬 수 있는데 적절하게 조절된다면 심혈관 질환이나 암 발병 가능성이 눈에 띄게 낮아져 난치성 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었습니다.
빌리루빈은 노란 색소로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황달의 원인이 됩니다. 신생아의 경우 간 기능이 미성숙하고 뇌혈관장벽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황달 치료를 위해 추가적 외부요법이 필요합니다.
빌리루빈에 빛을 조사하면 친수성(親水性)이 강해져 빌리루빈 조직이 해체되고 배설이 촉진됩니다. 또 빌리루빈은 강한 항산화작용 특성을 갖고 있어 빌리루빈이 산화될 때 친수성이 큰 빌리버딘이라는 물질로 전환되거나 작은 빌리루빈 산화물질로 깨져 역시 배설이 촉진됩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빌리루빈의 특성을 이용했습니다. 지난 5월의 연구를 토대로 빌리루빈의 배설이 잘 이뤄지도록 친수성을 갖는 물질과 결합시켜 나노입자로 만든 후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을(Doxorubicin) 선적시켰습니다. 그 후 암 부위에 빛을 노출시키면 빛에 의해 빌리루빈이 와해돼 선적된 항암제가 암 조직을 공격하는 원리입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이 인간 폐암 동물모델에서 기존 항암치료 그룹에 비해 우수한 치료 효능을 보이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빛으로 암 부위를 국소적으로 조사했을 때 더 향상된 치료 효능이 나타났고 운반체인 빌리루빈 나노입자 자체도 일정량의 항암효과를 나타냄을 확인했습니다.
전상용 교수는 "물체 유래 천연 물질 빌리루빈을 사용해 독성이 없고 간단한 시스템으로 구성된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 상업화에 큰 장점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현 박사는 "앞으로 임상 연구와 적용 가능성을 평가해 궁극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새 방안으로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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