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임계온도 끌어올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철(Fe)로 만든 초전도체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표면 전자도핑으로 철 화합물 초전도체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초전도체 성능의 잣대인 임계온도를 24K(-249도)에서 41.5K(-231도)로 끌어올렸습니다.
1987년 요하네스 베드노르츠와 카를 뮐러는 구리화합물 고온 초전도체(임계온도 35K(-238도) 이상)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과학계는 구리화합물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133K(-140도) 이상까지 끌어올리며 상용화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희토류 원소가 들어가 제작 단가가 높고 대량생산할 때 균일한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워 제한적 상용화만 가능했습니다.
최근 철-닉토겐 화합물 초전도체와 철-칼코겐 화합물 초전도체 등 철을 주재료로 한 초전도체 연구가 활발합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다루기 쉽기 때문입니다. 미량의 불순물을 넣어 전자나 정공을 추가하는 도핑(doping)으로 철 화합물의 전자기적 성질을 바꿔 초전도 임계온도를 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철-닉토겐 초전도체에 알칼리금속인 칼륨과 나트륨 원자를 표면에 붙여 전자 도핑하는 방법을 최초로 적용해 임계온도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동안 초전도체 도핑은 화합물 내부에 특정 원자를 넣는 방법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방법은 화합물 내 자유전자들을 산란시켜 초전도 성능 저하(임계온도 하락)를 일으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원자를 넣지 않고 전자만 도핑하는 방법이 고안됐는데 증착이 손쉬운 철-칼코겐 초전도체에만 적용됐습니다. 연구팀은 철-닉토겐 초전도체에 해당 기법을 최초로 적용해 초전도체 성능의 잣대인 임계온도를 24K(-249도)에서 41.5K(-231도)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로써 철 화합물 초전도체 상용화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습니다.
연구팀은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임계온도와 전자의 운동량·운동에너지 측정값들을 분석한 결과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초전도성 발현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네스팅 조건(nesting condition)'이 관련 없음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철-칼코겐 초전도체와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초전도성을 동일한 원리로 설명하는 이론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단장 노태원)의 김창영(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연구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8월16일자 온라인(논문명:Enhanced superconductivity in surface electron doped iron pnictide Ba(Fe1.94Co0.06)As2)에 실렸습니다.
김창영 부연구단장은 "철 기반 초전도체는 대량생산할 때도 초전도성을 균일하게 발현할 수 있다"며 "제작비용도 저렴한 것이 장점인데 이번 연구로 임계온도가 높은 철 초전도체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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