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대표로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지난 4·13 총선 패배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 질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업무를 시작한 지난 10일은 정 원내대표의 취임 100일이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따로 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홀가분하다"며 만세를 부르며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보여줬다.
정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줄 곳 힘든 시간을 보였다. 친박(친박근혜)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되었지만 총선 패배 수습이라는 힘든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이 비대위원장이 되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려던 안은 친박의 집단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 후 그는 '낀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다.
이 대표가 취임하면서 정 원내대표는 운신의 폭이 더 넓어 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 패배 이후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해왔던 부담감을 벗고 대야 협상 등 원내 현안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도 전대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선출된 당 대표와 함께 환상의 찰떡 공조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가 온전히 원내 현안에만 집중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원내 현안까지 뒤흔들 정치적 쟁점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을 압박해 지난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으로 추경 처리 합의를 이끌어 냈다. 추경 처리라는 산을 넘기 위해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야당은 추경 처리의 선재 조건과는 별도로 현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 여당이 분명한 입장을 표해야 한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경과 우 수석 문제는 연관성이 없지만,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치국면에 들어선다면 추경 처리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 대표가 우 수석 문제와 관련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9월로 예정되어 있는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아야 하는 점도 고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각' 가능성도 정 원내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대통령이 분위기 일신을 위해 개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늦출 경우 9월 정기국회 개원 이전에 개각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일단락 짓기 어렵다는 점도 이른 개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개각이 불러올 인사청문회가 문제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면 야당의 총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개각으로 인한 인사청문회 정국이 장기화 된다면 추경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쟁점 법안 처리 등 주요 원내 현안이 잊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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