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최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경기신보는 지난 8년간 경영평가에서 A등급 이하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경기신보의 이번 B등급은 '적이' 충격적이다.
경기신보가 지난해 경영실적을 토대로 진행된 올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으로 내려앉은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후폭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경기도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선제 대응 요청에 너남없이 사선을 넘나들며 사투를 벌였다.
특히 경기신보의 메르스와의 전쟁은 눈물겨웠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도내 평택과 안성, 안양, 용인 등 대부분의 도시들의 골목상권이 실종됐다. 이에 경기신보는 폐업위기에 몰린 영세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팔을 걷었다.
보증이 필요한 곳은 한 걸음에 달려갔고, 금융기관과 경기도를 설득해 특례지원 보증 총액도 늘렸다. 일거리는 자연스럽게 늘었다. 그러나 경기신보 직원들은 불평없이 밤샘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한 결과는 수당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경기신보는 최근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메스르 이후 야근수당이 붙으면서 도가 2014년 정한 임금인상 상한선 5.6%를 지키지 못한 게 문제였다. 당시 도는 모든 산하기관들은 임금을 올릴 때 5.6%이상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경기신보는 그러나 메르스 야근으로 수당 등이 늘면서 총급여액 인상률이 5.6%를 넘었다.
김병기 경기신보 이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야근수당 등이 늘어 총액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이 '5.6%'를 넘었는데, 이를 문제삼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굿모닝하우스(옛 도지사공관)에서 도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경영평가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당시 부지사에게 기관이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수당 등으로 인해 총액 인상률이 5.6%를 넘었다면 이는 특수한 상황으로 평가 반영 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 기필코 경영평가에서 S등급, A등급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그의 이 같은 꿈은 절반쯤 가사화됐다.
경기신보는 최근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 및 시중은행과 5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최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자금을 풀어 은행들이 상담을 통해 대출을 해줬다. 이를 경기신보가 중간에서 보증서를 발급해주고 보증규모도 5000억원으로 늘려 더 많은 중소기업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협약으로 경기신보의 특례보증은 5000억원이 순증했다. 또 2%대 중후반의 낮은 이율이 적용돼 전체 보증액 5000억원의 %가량인 50억원도 아낄 수 있게 됐다.
김 이사장은 "이번 협약은 전국 최초로 여러 의미가 있다"며 "내년 경영평가에서는 이 같은 성과들이 제대로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