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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한화 이글스를 닮아가는 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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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다작 출연, 전작 이미지까지 활용…새 얼굴 발굴도 않고 "배우가 없다" 푸념만

[이종길의 영화읽기]한화 이글스를 닮아가는 충무로 영화 '국가대표2' 속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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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벌떼야구'를 한다. 불펜(구원투수진)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퀵후크(선발투수가 3실점 이하를 기록하고 6회 이전에 내려오는 일·한화는 53회), 불펜 투구 이닝(515⅓) 모두 1위다. 권혁(33·90이닝), 송창식(31·86이닝), 정우람(31·60⅓이닝)이 이닝이터다. 충무로에도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조연이 있다. 이경영(56)은 지난 3년간 서른 편에 참여했다. 다양한 배역으로 폭넓은 연기를 했다. 보기 드문 경우다. 배우를 섭외할 때 제작사 대부분이 얼굴의 생김새나 전작의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부산행'·'비밀은 없다'·'암살'·'관상'의 김의성(51)과 '덕혜옹주'·'나의 독재자'·'해무'의 윤제문(46)은 '악역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주로 욕심이 많거나 이기적인 인물 역을 맡는다.

강한 인상을 고려한 섭외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전할 수 있다. 그런데 근래 충무로는 도가 지나치다. 배우가 전작에서 쌓은 이미지까지 시나리오에 그대로 삽입한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 기회마저 '아이돌'에게 주며 "쓸 만한 배우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김성근 감독(74)도 늘 "투수가 없다"고 불평한다. 그러면서 점수 차가 벌어진 경기에 많은 투수를 투입한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팬들은 이 말에 열광한다.


[이종길의 영화읽기]한화 이글스를 닮아가는 충무로 영화 '관상' 속 김의성

오달수(48)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조연이다. 출연한 작품마다 흥행해 '천만요정'으로 불린다. 그가 출연한 영화 두 편이 10일 동시에 개봉했다. '터널'과 '국가대표2.' 관객은 오달수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가대표2에서는 아이스하키대표팀의 강대웅 감독이다. 저질스런 농담과 덜떨어진 행위로 웃음을 준다. 터널에서는 붕괴된 터널에서 정수(하정우)를 구하는 구조대장 대경이다. 이전 작품에 비하면 진중해졌지만, 역시 코미디 연기를 한다. 제작진은 흥행 요소인 그의 장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달수는 다른 조연보다 출연료도 비싸다. 한화도 근래 외부 영입에 많은 돈을 썼다.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영입하는 데만 84억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올 시즌 순위는 11일 현재 7위(46승3무53패). 장민재(26), 심수창(35) 등 불펜 투수가 선발진에 투입되는 악순환까지 되풀이된다. 오달수도 지난해 '대배우'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누적관객은 16만9854명. 패인은 얄팍한 기획이다. 오달수가 쌓은 코미디와 인생사를 그대로 빌려 쓰는데 머물렀다.


다른 작품이 빚은 이미지를 다시 가공해 쓰는 것은 표절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김슬기(25)는 국가대표2에서 아이스하키 선수 조미란을 연기한다. 전라도 사투리로 구수한 욕설을 늘어놓는다.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대중에게 자신을 처음 알린 연기를 똑같이 재현한다. '부산행'에서 마동석(45)이 그리는 상화는 '베테랑'에서 연기한 아트박스 사장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연상호 감독(38)은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얼굴만 등장해도 관객이 좋아해서 당황했다. 좀비가 된 상화와 아내 성경(정유미)의 재회 신이 있었는데 우스꽝스럽게 변질될 것 같아 넣지 않았다"고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한화 이글스를 닮아가는 충무로 영화 '국가대표2'의 김슬기[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주연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많은 관객은 하정우(38)의 영화에서 식사 장면을 기대한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황해'·'아가씨' 등에서 음식 먹는 연기를 맛깔나게 해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이 많다"고 했다. "진지하고 심각한 신인데 웃음이 터지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심각한 상황에 다다르면 먹는 장면을 피할 것 같다"고 했다.


하정우의 고민과 달리 많은 감독들은 비슷한 장치를 배치해 관객을 유도한다. 배우의 전작 이미지까지 그대로 삽입하다보니 배경과 주제만 다를 뿐 비슷한 구조의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충무로는 이미 1990년대 중반 '투캅스'·'마누라 죽이기'·'총잡이'·'할렐루야' 등으로 대변되는 박중훈(50)의 코미디에 물들었다. 가능성이 풍부한 배우의 이미지를 한정하고 4년 가까이 우려먹었다. 스타의 전성기에 편승한 한탕주의는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다. 이 생태를 자각하고 경계하는 일은 전적으로 영화인들의 몫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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