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 첫 올림픽 출전 2관왕
준결승서 기보배에 승리
긍정 마인드로 新여제 등극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짱콩'. 대한민국의 리우올림픽 첫 금메달 2관왕 장혜진(29)의 별명이다. 키가 작은 장혜진(158㎝)에게 '땅콩' 중에 으뜸인 '짱'이 되라고 친구가 지어 주었다. 장혜진은 친구의 바람대로 '짱'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업적은 위대하다. '짱콩'은 우리 양궁 역사의 일부가 됐다.
한국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서향순이 금메달을 딴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만 빼고 모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베이징올림픽은 한국 선수가 활을 쏠 때 관중이 호루라기까지 불며 방해를 한 비정상적인 대회였다. 서향순에 이어 김수녕(1988년 서울)-조윤정(1992년 바르셀로나)-김경욱(1996년 애틀랜타)-윤미진(2000년 시드니)-박성현(2004년 아테네)-기보배(2012년 런던)가 금맥을 이어왔다. 이 위대한 계보에 장혜진의 이름이 더해졌다.
양궁은 당연히 금메달을 따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기보배(28) 아니면 최미선(20)일 줄 알았다. 기보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서 경험이 풍부했다. 최미선은 세계랭킹 1위.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주목할 선수로 꼽은 슈퍼스타다. 포브스는 "최미선은 개인전은 물론이고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와 함께 단체전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체육회에서 낸 자료집을 보면 장혜진은 '2관왕'을 이번 대회 목표로 내걸었다. 4강에 오를 때까지 그의 목표를 기억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혜진은 쉬지 않고 전진했다. 무거운 짐도 마다하지 않았다. 단체전에서 1번 사수를 맡았다. 가장 활을 잘 쏘는 선수가 맡는 자리지만 부담이 크다. 대진표도 순탄치 않았다. 16강전에서는 북한의 강은주와 이번 대회 첫 남북경기를 했다. 여기서 6-2로 이긴 뒤 준결승에서 기보배를 만났다.
경기장에는 도깨비바람이 불었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은 장혜진과 기보배를 모두 어렵게 했다. 기보배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강해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대회 챔피언 앞이라 긴장했을까. 장혜진은 1세트 두 번째 화살을 3점 구역에 꽂았다. 화살을 확인한 장혜진은 멋쩍은 듯 웃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짱콩의 마지막 화살은 10점을 꿰뚫었다.
장혜진은 네 자매 중 첫째다. 대표팀에선 주장이지만 가족들에게는 의지했다. 한 살 어린 여동생 장혜지도 고등학교 때까지 양궁을 했다. 장혜진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동생이 '괜찮다'고 위로와 격려도 해줘 힘이 된다"고 했다. 장혜진은 "동생을 위해서라도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가족의 응원은 장혜진이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을 때도 활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장혜진은 늦게 빛을 봤다. 스물일곱 살에 첫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2014년 6월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WA) 3차 월드컵에서였다. 장혜진은 이렇게 말했다. "잘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는 언젠가는 꼭 따라오니까".
그에게는 종교가 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에게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라는 성경 구절을 좋아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