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근로소득세(이하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근로자의 근 절반이나 되는 만큼 조세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는 데 따른 일이다. 야당권은 면세자 축소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고 특히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소득자 증세 방안을 검토 중이니 면세자 축소방안이든 부자증세방안이든 뭔가가 나올 것 같다.
2014년 기준으로 면세자 비율이 48.1%(802만명)나 되니 비율 축소를 무턱대고 반대할 수는 없다. 야당 경제통인 의원조차 "근로소득자 중 48%가 근소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까지 했으니 더욱 그렇다. 근로자 면세자 비율은 미국(35.8%), 캐나다(33.5%), 호주(25.9%) 등 주요 선진국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다는 점,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과 고소득 근로소득자 중에서도 세금을 안내는 이가 급증했다는 점 등을 배경으로 면세자 축소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만 또한 적지 않다. 우선 기업 역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곳이 많은데 왜 근로자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5월 내놓은 '최근 연도 법인세 실효세율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를 내지 않는 법인 비율은 47.3%로 나타났다. 근소세 면세자와 맞먹는 비율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왜 빼놓고 이야기하느냐는 불만도 있다. 고소득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은 62%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유리지갑 봉급쟁이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면세자들도 할 말은 있다.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성격의 고율의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고.
이런 점 등을 따져본다면 면세자 축소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목표를 정해놓고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식의 접근법은 지양해야 한다. 복지지출과 이를 충당할 세수추계를 바탕으로 적정 수치를 정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헌법이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지만 최저생계비를 겨우 버는 근로자들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분배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세무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이 받는 각종 공제혜택을 일도 양단식으로 줄여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기 보다는 적정 비율을 산정하고 이를 달성할 구체안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수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소득세를 높일 것을 제안한다. 2014년 기준으로 소득세 세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3년 8.8%)의 절반도 안 된다. 전체 세수 중 소득세 비중도 16%대에 그쳐 24%대인 OECD 평균을 크게 밑돈다.
전문가들은 사업소득, 양도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것도 주문한다. 문제는 정부 의지가 빈약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가 2016년 세법개정안에서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 비과세 특례를 2018년 말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주식과 채권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조세정의 실현과 과세기반 확대 차원에서 근소세 면세자 비율 축소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세자 비율 축소를 통한 국민증세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고소득 자영업자와 수익을 내는 법인 과세 강화 등 다양한 세수 확보 노력이 선결돼야만 한다. 그래야 과세기반 확대와 함께 소득불평등 완화와 세수 확대의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물론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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