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표는 사라졌나
보이지 않는 손 있나
입각 주인공은 누구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를 놓고 세 가지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거물급이 출마하지 않은 이번 전대가 좀처럼 흥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물밑에선 다양한 궁금증들이 확산되고 있다. '조직표 신화는 붕괴될까' '보이지 않는 손은 움직일까' '입각은 가능할까' 등이다.
◆절대강자 없어 조직표 붕괴?=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전대에선 계파 간 표 결집이 강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어서 과거보다 조직선거 양상이 덜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첫 번째 궁금증인 '조직표 신화 붕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오후 같은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의원과 당대표 후보 단일화 발표를 앞둔 중도 성향의 주호영 의원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아직까지 당원들에게 (위로부터) '오더'가 내려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대는 선거인단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치러진다. 선거인단은 9일 전대의 대의원 투표에 앞서 7일 전국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실시한다. 현재 새누리당의 전체 선거인단은 34만명 안팎. 통상 30% 정도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10만명 정도가 투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합산되는 여론조사는 4만여표 정도의 비율로 반영된다.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여론조사 응답자 1명이 선거인단 13명을 웃도는 영향력을 지니는 셈이다. 후보자들이 여론조사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5명의 당대표 후보 중 절대강자가 없어 선거인단 표는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 의원과 주 의원이 단일화 절차를 마무리할 경우, 4명의 후보 중 범친박(친박근혜)계는 이정현·이주영·한선교 의원 등 3명이 남는다. 반면 비박계는 1명의 후보만 남아 표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조직투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비박계 성향의 선거인단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현재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호남출신의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실제 선거인단 투표에서 호남 선거인단의 비율은 2.7%에 그친다. 전체 선거인단의 45%를 차지하는 영남지역에는 TK(대구·경북)의 주호영, PK(부산·경남)의 이주영 의원이 각각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의원이 선거인단 투표보다 여론조사에 상당부분 의지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조직투표 양상이 과거처럼 심하진 않지만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팽배하다. 지역구를 관리하는 당협위원장이 선거인단에게 계파와 지역에 따른 조직투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에선 과거 지구당위원장이 상시 사무실을 운영하며 지역구를 관리히던 지구당 제도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사고 당협'을 제외하면 원내위원장(112명)과 원외위원장(135명)을 합해 현재 247명의 위원장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지역 여론의 흐름을 쥐고 있는데, 지난 4·13총선에서 낙선한 원외위원장들은 친박계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당협위원장별로 전대 당일 150명 안팎의 대의원을 버스에 태우고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 올라와 투표할 것"이라며 "이들은 당락에 무시 못할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 선거전문가도 "만약 바람이 불 경우 3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가 열쇠가 될 것"이라면서도 "막판 비박계 후보 단일화나 친박계의 밀어주기가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작용할까= 이번 전대를 둘러싼 뒷얘기 중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친박·비박계 좌장인 서청원, 김무성 전 대표의 전대 개입은 계파 싸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비박계 정병국·김용태 의원의 1차 단일화와, 정병국·주호영 후보의 2차 단일화까지 이면에는 여권의 잠룡들이 자리한다. 모두 비박계로 꼽히는 김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다. 이들은 각기 역량을 발휘해 필승전략을 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전대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자 구도가 달라졌다. 일각에선 정권 재창출의 주도권을 놓고 청와대와 비박계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는 친박계 당대표 후보의 낙점을 놓고 어느 정도 '박심'(朴心)이 작용했느냐는 얘기로 발전한다. 청와대는 현재 전대 개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다.
◆'입각설' 실현되나= '입각설'은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지를 보여줄 지표다. 서청원 의원의 낙마로 유력한 친박계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홍문종 의원이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하자, 입각설이 불거졌다.
보이지 않는 손의 교통정리에 따라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장관직을 보장받았다는 얘기였다. 이 같은 주장은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의원회관의 친박계 의원실을 중심으로 돌았다. 실제로 홍 의원은 차기 개각에서 유력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 의원에 앞서 이정현 의원도 당대표 출마 포기를 조건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의받았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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