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2일 강 전 행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사무실 2곳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영남 소재 중소건설사와 호남 소재 바이오업체 등 대우조선 관련 업체 2곳과 관련 임원 주거지 등을 포함 총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강씨는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49.7%, 올 1분기 말 기준)에서 2011~2013년 은행장 겸 산은금융그룹 회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내는 등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한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의 각종 경영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대우조선 경영비리 관련 강 전 행장 재임 중 직무 관련 혐의점에 대한 증거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강씨 재임 전후 대우조선 대표를 지낸 남상태 전 사장(66), 고재호 전 사장(61)은 모두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대우조선의 거래내역 및 투자관계를 토대로 강씨가 특혜를 챙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 자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일감 수주 특혜를 입은 정황이 포착된 대구 소재 중소건설사 W사는 대표가 강 전 행장과 동향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2011년 9월 전남 고흥 소재 바이오업체 B사에 5억원을 출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으로 주목받기도 했던 B사 지분에 대해 대우조선은 지난해 전액 손실처리했다. 강 전 행장 지인들이 투자한 B사에 대우조선이 투자한 배경으로 강 전 행장의 영향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대우조선 경영진이 산업은행과 정한 경영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원가 산출을 조작하는 등 수법으로 다년간 수조원대 회계사기를 저질러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성과급 부당지급은 물론 대우조선 전임 사장들의 연임 로비 의혹과도 맞닿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은 대주주로서 경영 비리를 감시·감독하기보다 내부 출신 인사를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 등 요직에 내려보내 성과급 잔치에 동참시키는 등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강 전 행장 전후 산업은행 수장을 맡은 민유성·홍기택 전 행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리란 전망도 나온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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