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사립교원 적용 등 쟁점, 농축수산인 반발도 변수…헌재 결론 따라 김영란법 방향 정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헌재는 28일 오후 한국기자협회, 대한변호사협회 편집인·공보이사 등이 청구한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헌재는 9월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위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헌재는 매월 1회(보통은 마지막 주 목요일) 주요 사건 선고를 진행한다. 헌재가 김영란법에 대해 판단을 내릴 시기는 7월 넷째 주 또는 8월 넷째 주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헌재는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8월보다는 7월에 결론을 내려 혼란을 막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추진 과정에서 한국사회 부패척결이라는 명분을 토대로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언론인과 사립교원들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포함하면서 적절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기자협회와 변호사협회 등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쪽도 김영란법 취지 자체는 공감하는 입장이다. 다만 법의 한계나 문제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헌재에 판단을 구하고 나섰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한우농가, 화훼농가, 인삼농가 등 농축수산인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들 농가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얘기다.
헌재도 김영란법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법적인 논란 등을 고려해 최종 판단에 앞서 여론 수렴에 공을 들였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김영란법에 대한 공개변론 자리를 마련해 국민권익위원회와 기자협회, 변협 측의 얘기를 들었다.
이 사건 주요 쟁점은 ▲청탁금지 조항 중 '부정청탁' '법령' '사회상규' 의미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공직자 외부강의 사례금 및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의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또 ▲사립학교, 사립학교법인, 언론사를 '공공기관'으로 정의하고, 사립학교 관계자 및 언론인을 '공직자 등'으로 정의한 것이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을 안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기자협회와 변협 측은 "민간영역 중 언론과 교육만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으로 해 공공성이 강한 여타의 민간영역(금융, 의료, 법률 등)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다"면서 "부정청탁 및 사회상규 의미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는 "언론의 자유, 사학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청탁금지조항은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업무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어떤 유형의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김영란법은 학계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부정청탁의 우려가 가장 높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은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만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배우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미신고 시 처벌하도록 해 연좌제 금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사립학교 교사는 공교육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공립학교 교사와 차이가 없고, 언론사는 현대 민주사회에서 여론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므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정부의 그것과 견줄 만하다. 내부의 자정능력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사립학교 관계자 및 언론인을 청탁금지법의 규율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하고 법적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28일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면 위헌 결정이 나온다. 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김영란법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합헌으로 정리할 경우 예정대로 9월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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