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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리더십'책 100권 읽어도 왜 리더십이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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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 취한 말들이 시간을 건너가는 풍경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리더십에 대한 책들은 해마다 쏟아지고, 또 비교적 잘 팔린다. 그런 책들은 대개 '귀신'을 좋아한다. 죽은 사람들 말이다. 죽지 않았더라도 과거에 이룬 성공은 대개 현재의 관점에서는 '유령'에 가깝다.


성공한 리더들을 사례로 가져와 설득하는 일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가 쉽다. 당면한 상황과 비슷한 사례를 잘 찾아내는 쪽이 그럴 듯 해보인다. 그러나 성공한 리더들이 다른 경우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것 자체가 위험한 전제이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의 생애와 환경 속에서의 결과이지, 보편적이기 어렵다.

암 환자들의 식습관을 조사해서, 즐겨먹었던 어떤 음식들을 발암물질이라고 해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과를 보고 원인을 재구성하는 일만큼 난해하고 실수투성이인 일은 없다. 위인전들 또한 그런 기획이다. 하지만 훌륭한 삶을 살았던 사람을 알고 있다고 해서 훌륭한 인간이 되지는 않는다. 훌륭함이란 말은 보편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해석과 실천들은 생물처럼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잘 훈련된 교양(혹은 자질, 품성)에서 나온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교양은 권력을 지닌 쪽이 발달시켜온 인성과 능력 교육 체계를 의미했다. 또 그 뒤에는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견해가 등장했다. 리더십은 어떤 집단을 어떻게 조직화하느냐의 문제이며, 그것을 합리적으로 시스템화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교양과 시스템은 리더십의 바탕이 될 수 있으나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는 생각은 최근에 들어 힘을 얻고 있다.

[낱말의습격]'리더십'책 100권 읽어도 왜 리더십이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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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개인적이고 고유한 역량이라고 보는 것이다. 리더십은 법칙화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 성공적인 리더십으로 나타났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능력이나 역량이 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패악이나 독선이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리더십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창의성은 리더십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엔 창의적 리더십이란 말이 등장했다.


리더십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은, 인간의 조직이 유기적이며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리더십을 공식으로 만들 수 없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거나 그것이 지녀야할 기본적인 자질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 기본적인 자질이나, 전에 통했던 리더십이 다른 것에 그대로 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이 살아와도,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스티브 잡스가 돌아와도 한국 기업의 사장이 되어 일한다면 다시 성공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들의 고유성과 특이함, 창의적 아이디어들, 혹은 인성적인 장점과 멀리 보았던 비전. 그것들이 적절했던 것은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유기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역량의 발화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관한 연구는, '귀신'들을 많이 적재하여 그것들을 적당히 섞으면 나오는 정답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들에 걸맞게 변화하는 인재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문제에 원하는 답에 가까울지 모른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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