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다, 오만하다, 정직하지 못하다."
2013년 3월,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반애플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애플의 소비자 서비스가 중국인들을 차별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애플을 나쁜 기업으로 꼽았고, 인민일보는 애플의 중국 소비자가 서비스 차별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전면에 실었다. 신화통신은 중국에서 판매된 아이폰의 포괄적인 보증이 미흡하다며 애플을 무례하고 오만한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중국내 반애플 정서가 퍼지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결국 중국어로 된 서른아홉 줄짜리 사과글을 중국 애플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난 12일 중국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 홈페이지에는 이케아가 질검총국에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유아 사망사고가 잇따른 말름(MALM)서랍장에 대해 미국, 캐나다와 달리 중국에서도 리콜 계획은 없고, 환불은 가능하다고 했었다. 현지 규정을 따랐고, 현지에서 해당 제품으로 인한 유아 사망사고도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콜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화통신은 이번에도 이케아가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에게만 리콜을 시행한 데 대해 오만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도 이케아를 압박했다. 이케아는 결국 중국 내 매장 곳곳에 리콜 안내문을 붙였다.
한국에서 이케아는 여전히 환불을 고수하고 있다. 그마저도 소극적인 공지로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가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급기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이케아에게 이미 판매했거나 판매할 말름서랍장에 대한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자발적인 판매중지를 주문했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최근 환경부는 국내 기업들이 만들어 판매한 공기청정기 58개 모델의 항균필터에서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고 밝혔다. 차량용 에어컨 3개 모델 항균필터에서도 마찬가지로 OIT가 나왔다.
OIT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문제를 일으킨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성분으로 피부접촉이나 흡입할 때 독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항균필터 대부분은 쓰리엠이 공급한 제품이다. 한국쓰리엠은 공기청정기 유독물질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사건이 커지자 21일에서야 문제가 되고 있는 필터 제품을 자발적 회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폭스바겐, 옥시 등도 마찬가지다.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더 무례하고, 더 오만하고, 더 정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덮고 축소하고 은폐하는 일은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횡행한다. 정부의 엉성한 기준이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적당히 잊어버리고 넘어가기를 바란다.
무례하고 오만하고 정직하지 않은 기업들을 결코 잊지 않는 것.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징의 시작이다.
김민진 산업2부 차장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