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릭~! "<알림톡 도착> 고객님, 오늘 택배를 배달할 예정입니다. 고객님 부재 시 물품 보관 희망 장소를 알려주시면 처리하여 드리겠습니다."
세상 참 좋아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준비를 위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책이 언제 배달될지 몰라 며칠 동안이나 퇴근을 서둘렀다. 이른 퇴근의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집에 가서 택배를 받아야 해요! " 그러나 2016년, 우리가 바쁜 일상을 달려오는 동안 대한민국의 물류도 함께 달려왔다. 정보기술(IT)을기반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로켓배송 등 그 종류가 가지각색일 만큼 그들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인류역사에서 최초의 돈벌이 수단 중의 하나는 수운(水運)이었다 한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위해 뗏목을 태워주고 선물을 받은 것이 그 시초가 됐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운반'이라는 개념은 그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간에 인류에게 가장 밀접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의 물류가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 저렴한 것'과 '더 빠르고 편리한 것'은 양립하기 어렵다. 2003년과 2008년에 발생한 화물연대의 대규모 파업은 '더 저렴한 것'에 대한 요구로 생계를 위협받은 운송기사들에 의해 벌어졌다. 결국 우리는 '더 저렴한 것'에 대한 대가로 72억달러(2008년 파업기준)규모의 국가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렇다고 이 두 가지가 양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로봇이나 공유배달 형식을 도입해 모범물류기업으로 도약한 아마존의 사례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물류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우리나라의 물류 또한 과거에 비해 더 편리해지고 더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화물운송시장은 언제나 문제가 많으며, 낙후돼 있다고 비난 받는 것일까. 왜 아마존이나 DHL과 같은 일류 물류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것일까. 대개의 시장은 경제학적 비용 논리가 통한다. 기업가나 노동자는 정상이윤 이상이 돼야만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나 한국의 화물운송시장은 그렇지 않다. 화물자동차 한 대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간편함과 절박함 때문에 시장운임이 낮아도 새로운 공급이 생겼다. 그래서 운송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운전기사들의 운임은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낮은 운임, 생계의 절박함, 그에 따른 시장의 비정상적 삐걱거림, 이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화물운송시장의 맨얼굴이다.
운전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화물시장의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소위 지입기사라고 불리는 위수탁 차주들의 권리보호제도, 운송시장의 다단계 거래구조 개선을 위한 '직접운송의무제', 지입전문운송회사의 운송기능 회복을 위한 ‘최소운송의무제’등 화물시장 건전화를 위한 장치들이 속속히 들어섰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청년 스타트업 등 신 물류서비스업이 등장할 때마다 법과 제도에 막혀 불법논란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논란들의 정점에는 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허가제'라는 시장진입제한제도가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 가능한 수단은 여러 가지다. 2003년도 물류대란 당시 화물연대를 비롯한 기사들의 요구로 선택된 제도적 수단이 '수급 조절적 허가제'였다. 그 뒤로 사실상 화물자동차의 신규허가는 대부분 동결됐다. 그 같은 정책수단의 선택이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현재 눈부시게 발전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물류시대에서는 합리적인 수단이 아니다. 가능성 높은 청년 스타트업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경쟁력이 사라진 기업들은 퇴출되지 않으니, 고인 물이 정화능력을 잃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물류환경은 변했다. 그리고 지금껏 역사는 변화하지 않는 것을 도태시켜왔다. 글로벌화와 유통과 물류의 결합 등 급격한 물류환경 변화에서 우리나라의 화물 운송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집스럽게 변화를 거부해 온 시장진입제한제도를 개편하고, 지입제의 폐단을 바로잡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최근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결과에 대해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유이다. 화물운송시장이 이번에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간 파워게임의 산물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하헌구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아태물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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