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트렌드 소비에도 국민 간식 건재함 과시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제과업계가 새로운 고객을 끌어 모을 돌파구로 ‘히트 상품’ 개발에 몰두하며,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던 '허니버터맛’이 지고 올해 '바나나맛’이 초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가운데, ‘포스트 히트 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하지만 뒷심이 달려 실패한 ‘하얀 국물 라면’ 사례처럼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 제품의 인기 수명을 늘리는 비결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40여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사랑 받아온 ‘스테디셀러 상품’들이 최근 들어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빠른 트렌드 변화에 따라 쏟아지는 신제품 사이에서 여전히 편의점 한 칸을 당당히 차지할 정도로 소리 없이 강한 스테디셀러들의 위력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나온지 수십 년이 됐지만 국내 제과업계의 기둥 역할을 할 정도로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장수과자 중에서도 어르신 격으로 가장 오래된 세월을 자랑하는 해태제과의 ‘연양갱’은 1945년에 첫 출시됐다. 한국전쟁 중에도 피난처인 부산으로 공장을 옮겨 만들 정도로 한 번의 중단도 없이 제품을 생산해왔다. 70년간 쉬지 않고 생산된 ‘연양갱’은 지금도 연매출 300억대를 기록하며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아왔다.
오리온에서 1974년에 출시한 ‘초코파이’는 경쟁 후발 주자들을 물리치고 대표성을 지킨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뜻하는 일반적인 ‘초코파이’들 사이에서도 진짜 ‘초코파이’는 오리온 제품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장수과자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 중국, 러시아 등 60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는데, 오리온이라는 브랜드를 넘어 사실상 한국의 초코파이 맛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통하고 있다.
농심의 대표적인 장수제품은 ‘새우깡’이다. 1971년에 출시돼 올해 45주년을 맞았다. 출시 이후 17년이 지난 1988년 만들어진 CM송이 전파를 타면서 인기가 치솟았으며 여전히 ‘손이가요 손이가’란 광고 멜로디를 떠올리는 소비자들도 많다. 최근까지 약 77억봉 이상 판매되며 과자 인지도 부문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튼실한 대기업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중소기업의 활약도 눈에 띈다. 올해로 출시 40여년을 훌쩍 넘긴 코스모스제과의 대표 유탕과자 ‘왕소라형과자’와 ‘고구마형과자’ 역시 중소 식품 기업에서는 유례없는 장수과자 제품으로 손꼽힌다.
두 제품 모두 현재 각각 500만봉씩 연평균 총 1000만봉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인기 제품으로 오랜 세월 안정적인 판매율을 기록해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어린아이까지 전 세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 현재 코스모스제과 스테디 상품으로써 자리잡았다.
특히 2000년대 자체개발상품(PB)상품으로 개발되며 유통 채널을 늘린 것이 젊은 소비자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코스모스제과 관계자는 “업계에 신제품 출시는 계속될 예정이지만 이 같은 스테디셀러를 선호하는 현상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저비용으로 매출 신장과 회사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이라 효자상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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