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퇴인력 채용에 적극적…호실적 바탕으로 법인세 납부·현금배당도 실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기업의 역할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익을 주주(배당) 또는 사회(법인세)와 나누는 것이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이 세 가지 역할을 충실히 실현하는 기업이 성장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경영학에서 단골메뉴처럼 언급되는 '가치있는 기업'이 저비용항공사(LCC) 시대를 맞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LCC의 등장이 항공요금만 낮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주주 배당 등 기업의 본질적인 역할 수행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고용 창출에 가장 적극적인 LCC는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조종사 100명, 객실승무원 150명, 정비인력 94명 등 총 490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제주항공의 임직원 수는 1분기 말 기준 1483명으로 2005년 설립 당시 279명에서 11년 만에 무려 430% 이상 성장했다.
이같은 공격적인 인력 채용으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4%의 고용증가율도 이어오고 있다. 한국 전체 평균 고용증가율이 1.3%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 전체로 35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며 올해도 20% 수준의 고용증가율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여성인력, 은퇴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정비 부문 인력은 경쟁 항공사의 은퇴인력을 채용해 고용 승계를 통한 경력 단절을 막고 있고, 객실 승무원과 지상근무자의 경우 인성 중심의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는 LCC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안용찬 부회장은 틈날 때마다 "여성인력, 은퇴인력, 청년인력들을 적극 채용해 취업난 해소에 일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사위로 애경그룹의 생활ㆍ항공부문을 맡고 있다.
제주항공은 단일기종 항공기 B737-800(186~189석 규모) 1대를 신규로 들여올 때마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이 최소 36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반직과 항공기 정비사 등 직간접적으로 늘어나는 일자리까지 더하면 항공기 1대 도입시 약 50여명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제주항공은 올해 전체로 4대의 항공기를 도입해 올 연말까지 총 26대의 항공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오는 7월20일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을 신규 취항하며 노선수는 29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 6080억원, 영업이익 51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1%, 74.2% 증가했다. 순이익은 47.3% 늘어난 472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 1575억원, 2011년 2577억원, 2012년 3412억원, 2013년 4323억원, 2014년 5106억원, 2015년 6081억원으로 6년 연속 '천억 단위' 앞자리를 바꾸며 연평균 25%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영업이익 역시 2011년 이후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실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제주항공은 창사 11년 만에 첫 법인세 납부와 현금배당으로 이익을 환원했다. 지난 3월말 제주항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약 58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연간 197억원(2013년), 320억원(2014년), 472억원(2015년)으로 순이익이 쌓이면서 창사 이래 지속됐던 적자를 떨어낸 결과다.
제주항공은 배당을 통해 이같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항공주 가운데 순이익을 내고 배당을 실시하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차입구조로 인한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각각 2011년, 2008년 이후로 배당을 중단한 상태다.
제주항공의 배당금액 주당 400원, 시가배당율 1.0% 규모로, 배당금액은 약 10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의 가치는 단순히 가격 파괴에만 있지 않다"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주 배당을 늘리는 등 가치 실현에 LCC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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