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전쟁가능한 일본' 길렀다 (下)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본 내에서 헌법 9조(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것으로 나타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개헌파는 헌법 내 '긴급사태' 조항 신설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긴급사태 조항 신설을 두고서도 정부의 권한 강화가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2일 사설을 통해 자민당의 헌법 개정 초안이 "긴급사태의 범위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내란 등에 의한 사회 질서의 혼란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전쟁 전의 일본을 연상시킨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긴급사태 조항은 재난이나 테러, 타국의 무력 공격 발생 시 총리의 선언에 따라 내각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정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입법부는 무력화되고 내각의 권한이 확대된다.
야당은 긴급사태 조항 제정이 독일 나치 정권이 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수권법'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 헌법의 효시로 불리는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을 무력화시킨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유세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에다노 유키오 민진당 간사장은 연설을 통해 "긴급사태 조항은 계엄령이나 다름없다"며 독일의 나치당이 바이마르 공화국 하에서 권력을 장악할 때 사용한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야당뿐만이 아니다. 일본 변호사협회가 지난 4월 30일 도쿄에서 주최한 심포지움에서 패널로 나섰던 이시카와 겐지 도쿄대 교수는 이 조항이 "위기의 일상화를 핑계로 입헌주의를 침식할 수 있다"며 "비상사태가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야당과 전문가들의 지적에는 근거가 있다. 아베 총리의 오른팔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2013년 개헌에 대해 언급하면서 "바이마르 헌법도 어느새 나치 헌법으로 변해 있었다"며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떨까"라고 반문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5월에는 아베 총리가 "내가 입법부 수장"이라고 실언을 하기도 했다.
긴급사태 조항에 대한 참의원 내 여론은 아직 반반이다. 마이니치 신문이 기존 참의원들과 이번 참의원선거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헌 지지세력에 해당하는 응답자의 38%가 긴급사태 조항을 우선 창설하는 개헌 구상에 찬성했으며 반대 응답도 31%나 됐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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