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은 시계 제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인한 '나비효과'가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경제 침체→유로존 경기하강→미국 통화정책 변화→신흥국 시장 혼란→한국증시 충격 등 예상가능한 브렉시트 나비효과에서 파생될 각종 변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당장 국내 증시에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로 앞으로 3개월 동안 주가수익률 변동성이 이전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방증한다. 브렉시트의 발표 전 3개월동안 주가수익률 변동성 0.62%에서 앞으로 3개월동안 주가수익률 변동성은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이전 3개월의 주가수익률 변동성이 1.58%이었지만 이후 3개월 동안 4.12%로 확대됐고,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주가수익률 변동성이 1.16%에서 2.49%로 커졌던 것을 감안한 수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위험자산 회피에 따른 큰 폭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며 "브렉시트 현실화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고 당분간 충격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추가 지연 여부도 하반기 상존할 대형 이벤트 중 하나다. 미 연준은 2분기 경제성장률 회복과 고용지표 개선을 확인한 후 조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브렉시트 현실화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브렉시트 이후 뉴욕과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낮췄다. 앞으로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쏟아낼지가 관건이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시장에서의 외국인 '엑소더스(대이탈)' 현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중 영국 비중은 8.4%, 룩셈부르크 등 유럽계는 12.9% 정도다. 2011년 스페인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 등 피그스(PIGS) 국가들의 재정위기 당시 국내 증시에서는 약 9개월동안 영국과 유럽계 자금이 각각 6조1000억원과 6조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주요 20개국(G20)이 쏟아낼 각종 정책과 환율 변동에 주목해야 한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하반기 내 시행할 것으로 보이는 선강퉁(홍콩ㆍ선전증시 간 교차거래)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후강퉁(상하이ㆍ홍콩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에 따른 중국 증시 급등으로 코스피도 덩달아 2200가까이 올랐었다.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선강퉁 시행과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의 회복, 엔고로 인한 환율 수혜 등 긍정적 요인들이 만들어진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며 배당주와 환율수혜주, 정책수혜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강세로 대형수출주가 양호할 것"이라며 "특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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