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신흥국에 대한 새로운 투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도 내놓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미국과 유럽 증시가 연일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여진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중국 상하이 증시의 경우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다른 아시아 증시가 3% 이상 급락세를 보인데 비해 1.30% 내리는 데 그쳤고 27일에는 1.45% 상승했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낮은 점이 브렉시트와 같은 위기시에는 전염이 덜되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증시는 물론 홍콩과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 증시도 이번주 들어 일제히 낙폭을 줄여 나가는 모습이다.
신흥국에 집중하는 영국 투자펀드 애쉬모어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길어질 것이라면서 선진국에 대한 익스포저를 최대한 낮추라고 조언했다. 애쉬모어의 잔 덴 리서치 대표는 "유럽의 국채를 가지고 있다면 신흥국들이 발행한 유로화 채권으로 갈아타는 편이 낫다"면서 "브렉시트는 신흥국 자산 가격 변화에 비교적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신흥국의 펀더멘털에는 더욱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의 이언 후이 글로벌 시장 전략가 역시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단기적으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되는 것은 브렉시트와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들의 공통점이지만 이번에는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이 전략가는 "영국이나 EU와 큰 연관이 없는 인도 증시는 신흥국 중에서도 충격이 가장 적을 것"이라면서 "루피 역시 큰 수준의 급락세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네일 시어링 수석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이후 신흥국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이 예상되며 영국 금융시장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멕시코, 경상적자가 큰 남아프리카공화국, 외화부채가 많은 말레시아 등은 신흥국 중에서도 브렉시트의 충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아공의 경상수지 적자 대부분은 유럽 및 영국의 무역과 연관된 것이라면서 브렉시트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랜드화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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