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기업들의 직원 간 호칭이 직급 대신 직무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27일 삼성전자는 직급체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차장님, 부장님 등 대신 'OOO님' 또는 '프로'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
대기업의 직급제 파괴는 CJ그룹이 시작했다. 2000년대 초 CJ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깨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차원에서 '님' 호칭을 도입했다.
이어 2002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이 CEO(대표이사)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들의 호칭을 '님'으로 정했다. 카카오와 합병한 이후에는 영어 닉네임으로 직급을 부르고 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기존 직책명을 유지하는 본부장, 실장 등 직책자를 제외한 직원들은 호칭을 매니저로 모두 단일화했다.
제일기획은 2010년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프로'다. 광고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좀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조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같이 직급 체계를 개편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위를 ‘선임(사원?대리급)-책임(과장·차장급)-수석(부장)’의 3단계로 단순화했다.
교보생명도 같은 해 마케팅 담당, 고객보호 담당 등 명칭만 봐도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도록 직함을 바꿨다. 회장님, 부사장님 대신에 '○○ 담당님'이 자리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3월부터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등과 같은 기존 직급 대신 프로와 담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같은 달부터 5단계 직급(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4단계(사원-선임-책임-수석)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LG전자도 연공서열 위주의 직급제를 업무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사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기존 5단계로 구분한 호칭은 그대로 유지하되 파트장이나 팀장, 프로젝트 리더 등 역할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이다.
한편 직급제를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시킨 사례도 있다. KT는 2012년 11월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만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인 2014년 6월 직급제를 부활시켰다. 매니저 제도가 공기업 잔재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KT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화그룹도 2012년 11월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만, 직급제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2015년 3월 회귀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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