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해운업계는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른 선박 규모와 운임 하락 경쟁으로 우리 해운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파나마 호세 바라캇 해사청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라 대형선박이 투입되면서 기존에 통항하던 중소형 선박들이 다른 항로로 밀려나는 등 파나마운항 확장이 전 세계 해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운하 확장이 해운과 항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이 자리에서는 김 부회장은 파나마운항 확장이 선사들의 선박 규모와 운임경쟁을 가속화 해 가뜩이나 구조조정으로 힘든 우리 해운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박공급 과잉으로 운임결정권이 화주로 넘어간 상황에서 용선료, 연료비, 선박금융 이자비용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해운사들은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투입하며 수익성을 높여 왔다.
글로벌 해운공룡 머스크와 MSC는 각각 1.8만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0척, 1.9만TEU급 선박 6척을 운용하고 있다. 대만 양밍은 2만TEU급 선박 발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선박은 1.3만TEU급에 불과하다.
이들 초대형 선사들은 현재의 운임 수준에서도 선대 경쟁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현재의 낮은 운임으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의 건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상황에서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통항 가능한 선박이 기존 4500TEU급에서 1.4만TEU급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아시아~미주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들의 초대형화는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 개통으로 선박이 많아지고 항로가 짧아지면 운임이 내려가 해운사간 운임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선사들의 운임인하 경쟁이 초대형선박 발주로 이어지면서 대형 선박이 부족한 우리 해운업계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경영 정상화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형 선박 발주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현대상선은 1.4만~1.5만TEU급 선박 신조를 위해 조선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